적당한 거리가 만든 따로 또 같이
적당한 거리가 만든 따로 또 같이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2.09.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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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내가 바라보는 대상 말고는 무채색으로 보이는 관계, 그 마음이 바위처럼 변치 않을 거라 믿는 관계! 이런 관계가 있을까? 물론 있다고 난 생각한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 동성이나 이성간의 우정, 새롭게 시작한 남녀 간의 사랑, 오랜 시간 함께한 부부지간의 감정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발현 될 수 있는 현상이다. 그 관계에 균열이 생기면 어찌 될까? 무엇이 균열의 시발점이 될까? 수 없는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 되는 우리의 삶! 이 지점에 대해 주의 깊게 생각 해 보라고 말하는 그림책이 있다. <똑, 딱/에스텔 비용-스파뇰 글∙그림/여유당>이 그렇다.

어느 봄날 아침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태어난 똑이와 딱이 있다. 둘 다 깃털과 부리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기에 `깃털과 부리로 못하는 일이 없지요!'라 말하며 늘 함께 한다.

그들은 언제나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곳으로 향하며 상대방 외에는 무채색으로 보일 정도로 그 밖의 것들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며 지낸다. 그런 그 둘에게 균열이 생긴다. 깃털과 부리! 공통점이라 여겼던 그것들은 모양과 크기와 기능이 다르기에 관심과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하는 단초가 되었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인지하지 못한 채 깃털을 간직하고만 있던 딱이는 깃털이 날개로 변하면서 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똑이와 관계에서 애착 형성이 잘 된 딱이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몰입한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날개의 능력을 믿으며 말이다. 똑이와 함께 하지 않은 도전에서도 성취감과 행복감을 찾을 수 있다는 걸 딱이는 알았다. 그렇다고 똑이를 잊은 것이 아니다. 새로운 도전에 마음을 더 많이 할애했을 뿐임을 그들은 후에 알게 된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때에 태어났듯, 이런 변화의 바람도 동시에 그들에게 스며들면 좋으련만 세상사가 어디 그렇던가! 상대에게는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라는 회한과 절망을 준다. 분리의 아픔을 받아들인 후 충분히 앓고 난 똑이 또한 딱이와의 관계에서 믿음이 형성 되었던 터라 새로운 대상에게서 결이 다른 자신의 세계를 찾는다. 상실감을 넘어 자아를 발견하는 디딤돌의 계기가 된 것이다.

혼자임을 기꺼이 즐길 줄 아는 사람은 진정 자기 자신과 연결될 수 있는 사람이고, 또 그런 사람만이 타인을 파괴하지 않고 질식시키지 않은 채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한성희 중-

이렇듯 우리는 만남과 헤어짐으로 촘촘히 엮어진 관계 속에 살고 있다. 그 관계는 집착으로 치달을 수도 있고, 끝맺음으로 정리 할 수도 있고, 경험을 공유하는 자유로운 관계로 진화 할 수도 있다.

이는 다양한 색깔로 켜켜이 쌓여가며 우리를 채색할 것이고, 단순한 색으로 시작된 우리의 삶을 땀이 스며들어 짙어지고, 눈물에 젖어 옅어 지며 삶의 시간 따라 풍부한 색의 스펙트럼으로 채색하게 하는 순간들이다.

누군가와 함께 하더라도 독립된 자아로 바로 설 때!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더라도 너를 인정하고 나를 발견할 때! 관계 성장이 이루어지는 관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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