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공간 비용 때문에 문화재를 부숩니까
주차 공간 비용 때문에 문화재를 부숩니까
  • 김규철 서원대학교 교수
  • 승인 2022.09.2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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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규철 서원대학교 교수
김규철 서원대학교 교수

 

`청주시청사(淸州市廳舍)'가 지역이슈로 떠올랐다.

이범석 시장은 지난 10여년의 지역사회 논의결과를 부정하고, 청주시청사를 부수겠다고 공언하였다.

그 이유가 왜색 짙은 디자인과 주차 공간 확보 비용 때문이란다.

그러나 이유와는 달리 `청주시청사'는 왜색과는 무관하다.

청주시청사는 1965년 완공된 현대건축문화유산이다.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정책에 부응하며 지어진 한국의 현대건축 초기작품이다.

우리나라 다른 도시의 시청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천년 청주의 역사성과 지형적 특성(주성,舟城)을 최초로 담은 것이다.

2014년 공공행정시설에서 우수평가, 2017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실사팀의 문화재적 가치 인정, 문화재청은 2015, 2017년 2차례 청주시청에 문화재등록을 권고하였고 훼손·멸실의 경우 문화재 보호법에 의거 존치를 검토하겠다고 하였다.

청주시는 공사 지연을 우려해 신청하지 못했지만 향후 신청할 예정이었다. 하여 2018년 존치를 결정했다.

근대도시건축연구회 회장 안창모 경기대교수는 “청주시청사는 그 당시 경제적 어려움에도 지역의 역사성, 현대건축구법, 디자인으로 해석해낸 중요한 현대건축으로 보존가치가 매우 높다”고 청주시청사의 건축적 가치에 대해 답변했다.

건축적 특징과 가치에 대한 세부답변 내용을 4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청주시청사는 그 당시 왜색으로 간주되었던 좌우대칭을 피해 바다(무심천) 위에 떠 있는 배의 형상(行舟之勢)으로 지어졌다.

1층은 시민들의 접근성과 통행의 편의를 제공하고, 2층 이상의 상부는 1층 보다 돌출시키는 르 꼬르뷔지에의 현대건축수법을 적용했다.

전기가 부족하던 당시의 시대적 어려움은 자연채광으로 극복하고, 전통건축의 지혜와 현대건축구조의 특징을 결합하였다.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사용하여 건축의 경제성과 기능성을 최적화하면서 심미성과 지역의 정체성을 반영하였다.

이범석 시장은 문화유산인 청주시청사 존치 시 주차장부지 확보(120대)가 어려우니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주시청사는 신청사 전체규모의 5%를 차지한다.

5%의 비용의 불편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존치한다면 청주의 의미성, 시민의 자존감은 50%이상 높아질 수 있다.

세계의 잘나가는 도시들은 지역문화유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도시경쟁력의 토대로 삼아 지역을 살리는 도시문화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민행복을 위해서다.

청주신청사와 구청사의 상생 랜드마크를 가져가야 한다.

천년고도 청주는 소비도시다. 변변한 기업이 없으니 자산도 없다. 청주시장이라면 청주의 미래먹거리 마련을 위해 고민할 것이다. 이해한다.

그러나 애초에 청주시청사 존치를 전제로 한 국제공모전을 통해 채택된 신청사를 120대정도의 주차장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문화유산을 철거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청주시청사를 존치하는 것이 신청사를 알박기해 망치는 것이 아니라, 청주의 신·구역사가 상생하는 `청주의 랜드마크'가 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21세기는 도시문화경쟁력 시대다. 이제 도시경쟁력은 문화에서 비롯된다.

문화유산은 한 번 허물면 돌이킬 수 없다. 돈보다 문화유산이 훨씬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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