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기차역
수상한 기차역
  •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 승인 2022.09.1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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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사진을 찾아봤다. 2019년도 이후 처음이다. 너무 오래간만이라 내가 어떻게 이 일을 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연초에 할 수 있을까? 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일정을 최대한 뒤로 미뤘다. 차가운 겨울을 지나 여름이 되면, 좋은 치료약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선생님들의 협의를 거쳐, 작가와도 몇 차례 통화를 하고 주관하는 충북교육도서관과 상황을 나누었다. 여름 방학 전 미리 알리는 가정통신문도 작성했고, 작가를 알리기 위한 퀴즈도 하고, 없는 솜씨로 알림장도 최대한 예쁘게 만들었다. 오래간만의 일이라서 자꾸 빠뜨리는 것이 많다. 예전엔 마이크에 달 장식도 만들었는데. 함께 읽으며 녹음도 했는데. 아쉽다.

할 수 있는 게 뭐 없을까. 생각하고 할 수 있는 일, 못 하는 일, 나중에 할 일 딱지를 붙인다. 아마 이 글을 넘기고 다음 주가 되면 아이들에게 사인을 받을 책을 걷고, 질문을 모으고, 감상을 받아 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 오래간만의 저자강연을 준비 중이다.

작가 박현숙의 저자강연이다. 이번에 소개할`수상한 기차역'은 무려 10번째 시리즈 책이다. 충북교육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미리 읽히게 하고 준비하라고 이 책으로 보내줘 나도 이 책을 샀다. 현재 작가의 유명한 시리즈인 이`수상한 시리즈' 책은 12권까지 나온 걸로 알고 있다. 작가는 17년간 170여권의 책을 쓴 다작 작가다. 저자강연이 정해지고, 책 구입을 보통 조금 더 해두는 편인데 이번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애들도 좋아하는 작가다 보니, 초등학교에서 작가 초청 강연을 한다는 걸 안 중학생들은`초등학교 때 수상한 시리즈 다 읽었습니다', `아니 수상한 시리즈의 그 작가님 맞아요? 동명이인이 아니라?'했다. 작가가 온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보니 이게 진짜인가 하는 반응이다.

초등학교 아이들도 작가가 온다는 것을 알려주니`어, 저 수상한 시리즈 읽고 있는데' 하며 놀라고 있다. 이 학교에서 처음, 나 개인적으로는 근 3년 만의 일이다 보니 그래도 일상이 다가왔나 싶어 기쁘고 기대된다.

수상한 기차역은 역사 동아리 활동으로 탄광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곳을 답사하다 기사 아줌마와 함께 산사태에 휘말려 운행이 정지된 기차역으로 대피하게 된 것으로 시작한다. 선생님은 탈이 난 아이를 돌보기 위해 따로 떨어졌고, 아이들을 위해 운행을 하지 않는 기차역으로 기차를 보내겠다고 한다. 기차역에 도착했는데, 뭔가 어두컴컴하면서 스산한 느낌, 오래 방치된 것 같은 기차역의 모습에 괴담을 떠올리며 무서워한다. 그런데 방금 싼 것 같은 똥을 보고 오래된 기차역에 왜 신선한 똥이 있는지 의아해한다. 버스 안에서 기다리면서 화장실만은 어쩔 수 없어 기차역에서 해결하면서, 그렇게 기차를 기다리는데 민종이가 없어지면서….

사실 어른 입장에서 동화는 이야기가 단순하거나, 지나치게 교훈을 강요해 그냥 덮는 책도 꽤 있었다. 그러나 이 수상한 시리즈는 재미있다. 수상한 도서관도 책 정리하다 들춰보곤 퇴근할 때 결국 들고 나와 읽고 다음 날 반납처리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 나온 책 `마트 사장 구드래곤'의 출간 인터뷰를 읽어 보니 `재미가 없으면 책을 안 읽는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책 읽기가 싫다고 당당히 말하는 아이에게 조용히 물려 주고 싶은 책이다. 가을이다. 어른도 읽기 버거워하는 고전을 아이에게 들이대지 말고, 가볍고 즐겁고 재밌게 책을 읽어봤으면 싶다. 책읽기의 힘을 길러야 하는 아이에게 초반부만 읽어주면 좋겠다. 특히 이 책은 맨 앞부분이 흥미진진하다. 하나 읽고 나면 줄줄이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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