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 방선호 수필가
  • 승인 2022.09.1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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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방선호 수필가
방선호 수필가

 

젊은 연인들 사이에 얼마만큼 사랑해? 정말로 사랑해? 등의 말이 쓰이는 경우를 종종 본다. 큰 의미 없이 가볍게 서로 애정을 확인하기 위해서 쓰는 말이다.

그런데 엄밀하게 말한다면 크고 작음과 많고 적음 등의 수량과 무관한 것이 사랑이기 때문에 `얼마만큼 사랑해'는 성립되지 않는 말이다. 가짜의 사랑이란 것은 이미 사랑일 수 없기 때문이다.

정말은 가짜로 말미암은 정말일 뿐이기 때문에 가짜로 사랑해가 없다면 `정말로 사랑해'도 성립되지 않는 말이다.

이처럼 말이 가지고 있는 본래 고유의 뜻이 희석되고 변질했다는 것은 세상이 그만큼 혼탁해졌고, 혼탁해진 만큼 세상 살기가 팍팍해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물론 말이란 것은 사회성과 역사성 등 그 시대 상황에 맞게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왕이면 본뜻이 희석되지 않는 가운데 좋은 방향으로 변모해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수량으로 헤아릴 수도 없고 거짓이 없는 것이 사랑이라면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는 것이 서로가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일까? 상대를 위하고 사랑한다는 생각마저 사라짐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려는 그 어떤 의도도 없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그런 가운데 집착함이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교감하고 소통하는 것을 이름하여 사랑이라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사랑이란 이런 것이고 이러한 사랑을 해야지” 하는 생각도 내려놓음으로써 참사랑이란 이런저런 것이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어떤 조건에도 걸림이 없는, 펄펄 살아 숨 쉬는 참다운 사랑을 할 수 있어야 참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농부가 봄날 밭갈이에 유용한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 겨우내 소를 돌보는 것이 진정한 사랑인가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양돈 농가에서 돼지를 서둘러 살 찌워서 내다 팔 목적으로 돼지를 배부르게 먹이고 예방주사를 놓는 행위 등이 참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사랑이란 어리석은 생각에서 벗어나는 일이 참사랑을 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마누라가 예쁘면 처가의 말뚝을 보고도 절을 한다'는 속담이 있다. 마누라가 예쁘다는 감정을 일으키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러나 처가의 말뚝까지 예쁘게 본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지나친 감정의 유희요, 광기 어린 일시적 집착이다. 집착은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다.

눈에 콩깍지가 낀 채 이뤄지는 일방통행이라면 그 어떤 물질의 베풂과 애정공세가 뒤따른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사랑이 아니다. 그리하여 주되 줌이 없고, 받되 믿음이 없는 사랑은 무위의 춤사위일 뿐이다.

사랑은 너와 내가 둘이 아닌 가운데 이뤄지는 상생의 교감이고 소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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