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과 유연성 모두 필요한 한국정치
일관성과 유연성 모두 필요한 한국정치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2.09.19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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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요즘 우리나라의 정치를 보면서 일관성과 유연성에 대해 생각해 본다. 두 개념은 얼핏 상치하는 듯하지만 경직됨과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모든 일상이 피곤해진다. 

이처럼 우리의 정치 현실이 딱 그 지점에 서 있다. 일관성은 어떤 일에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추진하는 지향점이다. 그래서 `일관성이 있다'는 말은 하나의 사안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일의 방향성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정도를 벗어나지 않고 가야 하는, 그리고 갈 수밖에 없는 길에는 일관성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일관성은 또 다른 의미에서 융통성이 없다는 말로 뒤집어 볼 수 있다. 원칙이 강조되고 확신이 신념에 가까워지면서 일관성은 생각이 다르고 방향성이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일관성이라는 단어가 마치 군대 용어처럼 인식되는 이유도 견고한 조직일수록 하나로 잘 정비된 조직체계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유연성은 일관성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많이 사용된다.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가정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유연성은 변화를 즉각적으로 받아들여 현실에 적용한다는 점에서 일관성과는 다르게 가변적인 상황을 가져온다. 사회가 급변하면서 무엇보다 유연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유연성의 또 다른 의미는 지나친 변주가 계속될 때 우왕좌왕하다가 제대로 된 길을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옛말처럼 방향성을 잃게 될 변수가 생기니 유연성을 견지하는 일도 쉽지 않다. 일관성과 유연성을 조화롭게 활용하는 일은 양날의 검처럼 늘 아슬아슬하다.

그럼에도, 일관성과 유연성은 공적 분야에서 꼭 필요한 태도이다. 둘 중 어느 하나만 선택할 수도 없다. 사안에 따라 때론 일관성 있게 때론 유연하게 대처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흔들리지 않고 추진해야 할 사안이나 정책 방향과 같은 국정 기조는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일관성이 필요한 분야에 우연적 태도로 접근한다면 근간이 흔들리는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시대 변화처럼 유연성을 가지고 대비해야 할 분야에 일관성을 잣대로 삼는다면 경직된 사회가 될 수 있다. 소소한 문제까지 `법'을 잣대로 들이대면서 우리네 일상이 얼마나 강퍅해졌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사회분위기와 맞물려 요즘 정치를 보면 일관성과 유연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싶다. 일관성도 유연성도 요구되고 있지만 하나의 선택지만 들고 앞으로 가자고 하는 격이니 국가도 국민도 버겁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주저된다. 국민이 생각하는 일관성도 유연성도 사라졌다.

세계 각국의 모든 역사는 지난 정책들이 점철된 현재이다. 국가의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국가를 운영하는 큰 틀이다. 여기에 좋은 정책은 과감하게 확대하고 불필요한 정책은 단호하게 정리하는 유연성도 정치가 해야 할 몫이다.

수십 년간 반복되고 있는 정치와 이념 갈등에도 국민의 일관된 마음은 대한민국이 더 발전하고 더 성장하길 바라는 것이다. 국익을 위한 일이라면 개인의 사익을 접고 국가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국민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정치가 국민을 위하고 국가를 위하는 일에 일관성과 유연성을 갖추고자 노력할 때다. 두 추진력이 조화를 이룰 때 민주국가의 역할도 빛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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