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지대 비극 더이상은 없어야
복지 사각지대 비극 더이상은 없어야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2.09.1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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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취재팀(부장)
하성진 취재팀(부장)

 

광주광역시에서 보육원 출신 청년 2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수원 세 모녀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되지 않아 전국적으로 복지 사각지대의 취약계층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국민의 우울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오전 7시 17분쯤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 화단에서 입주민 A양(19)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양이 당일 오전 아파트 고층으로 향한 정황으로 미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숨진 A양은 `최근 친구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았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메모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은 만 18세까지 지역 보육시설에서 생활했다. 부모는 모두 장애가 있어 A양을 보살필 형편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같은 달 18일엔 광주의 한 대학 건물에선 이 학교 신입생 B군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보육원 출신인 B군은 시설을 나올 때 받은 지원금 700만원 가운데 500여만원을 등록금과 기숙사비 등으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보육원 관계자에게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너무 힘들다”며 외로움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A양과 B군은 공통점이 있다. 만 18세가 된 뒤 보육원을 나와 `홀로서기'에 나섰지만 고된 삶은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채 선택한 길은 세상을 등진 것이다.

외로움과 절망감이 얼마나 컸을까.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삶을 저버린 데 대해 짐작하기 어렵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수원 세 모녀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진 지 얼마 안 돼 일어났다는 점이다.

수원 세 모녀는 장기간의 투병과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최소한의 복지 서비스를 제때 받지 못하면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사회적 약자들이 비극적 선택을 방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제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보건복지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 전담팀을 발족했다.

전담팀은 보건복지부 제1차관을 단장, 사회복지정책실장을 부단장으로 해 복지 관련 부서 모두가 참여한다. TF팀은 대책 수립이 완료될 때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일선 복지 현장 및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관계부처 및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대책을 수립한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관련 기관도 사각지대 발굴·지원 강화를 위해 자체 전담체계를 구축해 긴밀히 협의해나가기로 했다.

충북도도 고위험 위기가구를 발굴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으로 걸러지지 않는 고위험 위기가구를 찾기 위해 시군 합동으로 오는 23일까지 일제조사를 진행한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상 수급 이력이 없고 관할 시군에 주민 등록을 두지 않은 위기가구까지 찾아내기 위해서다.

생활고에 시달려도 지원 제도를 모르거나 주민등록지와 실거주지가 달라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에서 누락되는 사례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충북도의회도 `충청북도 사회적 고립가구 안전망 확충 및 고독사 예방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조례안은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회적 고립가구의 안정망 확충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했다.

정부, 지자체, 정치권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대책마련에 나선 것은 유의미한 일이다.

이번 비극들이 복지 사각지대를 재점검하고 사회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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