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와 간축객서
이사와 간축객서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22.09.1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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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어느 날 이사가 화장실 문을 열자 쥐들이 더러운 것을 먹고 있다가 인기척에 깜짝 놀라 겁에 질려 달아나는 꼴을 보았다.

그런데 곡식 창고에 사는 쥐들은 쌓아 놓은 곡식을 아무렇지 않은 듯 구석에서 편하게 포식을 하면서 사람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화장실의 쥐와 곡식 창고의 쥐가 다를 바가 없는데 어찌 사는 모습은 저리 다를까 그 순간 이사에게 깨달음이 스쳐갔다.

이사는 초나라 상채현 출신으로 초나라에서 하급관리를 지냈었다. 하지만 그는 기왕에 뜻을 펼칠 바엔 약소국 초나라보다 강대국 진나라를 택했다.

진나라는 예부터 상무적인 민족으로 그들은 대개 출신보다는 능력을 우선시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연유로 진나라로 건너간 이사는 기회를 잡아 진왕에게 천하통일의 방략을 고하였다.

진왕은 이사의 책략에 만족하여 그를 객경으로 삼았다. 외국인이 진나라 고위직에 임명된 것을 객경이라 하였다.

그러나 사건이 터졌다. 한나라 출신 정국이 대규모 수리사업을 지휘하는데 막대한 인력과 비용이 투자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진나라의 국력을 소진시키려는 한나라의 책략이었음이 탄로난 것이었다. 불만을 품고 있던 진나라 왕족과 대신은 외국출신 관리들을 모두 추방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였다.

이사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이때 이사는 진왕에게 `간축객서'를 올렸다. 외국인재를 축출하는 것에 대한 부당함을 탄원하는 글이었다.

말하자면 능력을 보고 인재를 써야지 출신을 따지면 국익에 절대 이롭지 않다는 것이었다.

진나라가 이 만큼 초강대국으로 도약한 이유를 이사는 실례를 들어 설명했다.

진목공은 서융출신 유여, 초나라 백리해, 송의 건숙, 진나라 출신 비표와 공손지 등등 그들을 중용하여 서융을 제패하였고 이어서 진효공과 상앙, 혜왕과 장의, 소왕과 범저 등등 이들 모두가 외국 출신 인재들로써 그들의 도움으로 지금의 강성한 진나라를 구축하였는데 그와 같은 인재들을 추방한다면 그들이 어디로 가겠냐고 물었다.

아마도 진나라의 적대국으로 흘러들어 갈 텐데 이것은 도적에게 군사를 빌려주고 도둑에게 식량을 주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냐고 말했다.

진왕은 즉각 축객령을 취소했으며 이사의 관직을 회복시켰고 그의 통일 전략을 실행에 옮겼다.

그 후 20여년 사이에 진나라는 동쪽 여섯 제후국 멸하고 천하를 통일했다. 진왕은 진시황제가 되었고 이사는 승상에 올랐다.

어찌 보면 진나라의 천하통일은 강력한 군사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외국 인재를 활용한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에 진나라로 향한 이사와 천하통일을 꿈꾸는 진시황제와의 만남이 없었다면 천하통일은 어찌되었을지 궁금하다.

이인호의 사기이야기 한 토막을 꺼내 보았다. 하지만 많은 것이 생략되었다. 인재의 등용은 어떤 조건이나 영역이 정해져 있거나 필요치 않다고 본다.

다만 인재 등용에 있어 서로의 만남은 그들 사이에 신뢰와 조화가 요구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인재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인재를 만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물며 능력과는 관계없이 다른 이유로 인재를 등용시키지 않거나 인재를 추방하려 한다면 커다란 어리석음을 초래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왜냐하면 그 만큼 인재라는 존재의 역할과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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