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상 간소화
추석 차례상 간소화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2.09.1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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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올 추석을 앞두고 성균관유도회 총본부가 차례상 표준화 방안을 발표했다.

말이 표준화이지 사실상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크게 줄이라는 `검약 차례상' 권고문이었다.

성균관유도회는 이례적으로 추석 전인 지난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영갑 유도회총본부회장은 회견을 통해 간소화한 추석 차례상의 기본 음식을 송편, 나물, 구이(적·炙), 김치, 과일, 술 6가지라고 규정했다. 여기에다 육류, 생선, 떡을 조금 더 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차림 가지 수가 적어도 상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전까지 보통 10여가지 이상, 많게는 20가지 이상 음식이 올려지던 차례상을 더는 물가비용에 부담없이 절약해서 차리라는 권유였다.

성균관은 특히 기름에 튀기거나 지지는 전(煎) 종류의 음식을 꼭 올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시간과 노동이 많이 요구돼 그동안 여성들의 명절 스트레스의 주원인이 됐던 전 부치기를 겨냥한 것이다. 성균관은 덧붙여 사계전서 제41권 의례문해(제사상 등에 대한 예법을 다룬 서책)에 적시된 대로 `밀과, 유병 등 기름진 음식을 제사상에 올리는 것은 예가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성균관은 이번 추석을 앞두고 간소화 차례상을 규정하기 위해 설문 조사를 했다.

지난 7월 28~31일 20세 이상 일반 국민 1000명과 유림 700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국민(40.7%)과 유림 관계자(41.8%) 모두 차례를 지낼 때 가장 개선돼야 할 점으로 차례상 `간소화'를 꼽았다.

차례를 지낼 때 사용할 음식의 적당한 가짓수로는 국민 49.8%가 5~10개, 24.7%가 11~15개를 꼽았다. 유림은 35.0%가 11~15개, 26.6%가 5~10개를 적당한 가짓수로 봤다.

성균관은 이번 차례상 표준화 방안에 대해 경제적 부담을 덜고, 남녀 및 세대 갈등 해결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부언 설명했다.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실제 이번 추석에는 성균관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지역 전통시장에서 제수용품이나 차례상 음식 재료를 파는 곳, 또 전집 등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소폭 줄어 든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추석을 맞아 추석 차례를 지내는 가정들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발발했던 지난 2020년 농촌진흥청의 설문 조사에서 추석 차례를 지낸다고 응답한 가정은 전체의 44%로 전년 대비 10%포인트 감소했다. 코로나19와 함께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비용'이 수반되는 추석 모임을 자제하려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걱정되는 것은 추석 이후에도 고물가로 인한 서민, 중산층의 고통이 여전히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관련 단체와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라면과 스낵 등 주요 제품의 출고가를 각각 평균 11.3%, 5.7% 인상한다. 팔도㈜ 역시 비빔면, 왕뚜껑, 틈새라면 등의 가격을 평균 9.8% 올린다. 서민들의 주식인 라면의 두자릿수 인상이 주는 파급효과는 말 그대로 `고충'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이밖에도 조미료, 치즈, 요구르트, 빵, 우유 등의 가격도 줄줄이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례상 비용 걱정이 끝나니 이젠 끼니를 더 걱정해야 하는 서민들의 팍팍한 삶.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나와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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