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 아가씨
화양동 아가씨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22.09.0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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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대중가요 작사라….

우리나라 대중가요에서 가사는 인기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일 뿐 아니라 그 노래의 구체적 의미를 형성하는 핵심요소이다.

가수의 완성도와 내용에서 느슨한 듯하면서도 산문성을 드러내며 세상을 음유하는 듯 형상화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노랫말의 기초지식 하나 알지 못하는 주제에 작사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었다.

이 땅에 민주화의 봄이 꿈틀대던 해에 충청북도 제천 월악산 아래 자그마한 마을 억수동에서 백봉선생(본명 이종학) 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듣느라 하루해가 모자라는 때가 엊그제 같기만 하다.

1963년 가수로 데뷔했다가 3년 후 작곡가로 전업한 백 선생.

20대 초반의 나이에 가수가 되겠다는 꿈 하나 갖고 서울에 올라가 무명 가수와 무명 작곡가로 일하던 이야기.

정신 이상의 몸으로 고향에 내려와 온갖 고생 끝에 건강을 되찾아 다시 작곡가로 활동하는 이야기였다.

한 달이 멀다 하고 백 선생을 만나고 또 만나면서 친형제 이상의 인연을 맺던 어느 날 노래 가사 써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작사가가 되어보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에 실력이 없어 어떻게 쓸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말하곤 했다.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바뀌고 서너 해가 흐른 후에 가까스로 쓴 가사가 `화양동 아가씨'이다.

울창한 숲과 크고 작은 바위, 맑은 물이 어우러진 국립공원 화양동은 조선 중기에 우암 송시열이 중국의 무아계곡을 본받아 이름 지은 경천벽, 운영담, 읍궁암, 금사담, 첨성대, 능운대, 와룡암, 학소대, 파천으로 구곡을 이루고 있다.

처음 쓰는 노랫말 주제로 화양동을 정하고, 구곡중 운영담과 능운대를 가사에 넣었다.

화양 제2곡에 듬직하게 생긴 큰 바위 다섯 개 앞으로 모인 맑은 물에 하늘에 떠있는 구름이 비친다고 하여 운영담이라 부른다.

화양 제6곡에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는 큰 바위가 물가에 우뚝 솟아 그 높이가 구름을 찌를 듯하다 하여 능운대라 했다. 운영담과 능운대에 떠나간 사랑을 기다리는 여자의 마음을 넣었다.

어스름한 달빛 아래 홀로 쓸쓸하게 서 있는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가 살고 있는 곳이라도 알고 싶어 수많은 밤을 눈물로 지새우면서 기다리고 기다리는 애틋한 심정을 가사로 썼다.

완성된 노랫말에 백 선생이 곡을 붙이고 신인가수 장보연이 부른 노래 `화양동아가씨'다.



산비둘기 짝을 찾는 화양동 깊은골에/ 사랑하는 사람앞에 정도 주고/ 마음도 주었건만/ 운영담아 말물어보자 산처녀 애타는 마음/ 비가 오고 눈이 와도 손을 꼽아 기다리는/ 열아홉살 화양동아가씨 마음 // 머루다래 익어가는 화양동 산마루에/ 사랑하던 그사람을 잊지 못해/ 기다리는 심정/ 능운대야 말좀해라 우리님 계시는 곳을/ 헤일수도 없는 밤을 잠못들고 애태우는/ 가슴아픈 화양동아가씨 마음//

1990년 LP 레코드판으로 출반된 `화양동아가씨'는 장보연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가요계를 떠나고, 안명옥에 이어 권윤경이 불렀다.

처음 반짝했던 노래 `화양동 아가씨' 가 지금 새롭게 다시 태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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