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숲
노르웨이 숲
  • 오승교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 승인 2022.09.0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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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오승교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오승교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한 여자를 알았다. 우리는 새벽 두 시까지 이야기했고, 내일 아침에 일을 가야 하는 여자는 잠이 들었고 나도 욕조에 들어가 잠을 잤다. 아침에 깼을 때 나는 홀로였고, 새는 날아가 버렸다. 그래서 난 불을 지폈다.' 위의 내용은 비틀스의 노래 `노르웨이 숲'의 가사 줄거리이다.

도서 `노르웨이 숲'(무라카미 하루키 저)은 일본의 19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반까지를 배경으로 와타나베라는 남자의 성장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책은 매우 무거운 감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와타나베는 고등학교 때 유일한 친구인 기즈키의 자살, 대학시절 선배 여자친구 하쓰미의 자살, 절친 기즈키의 여자친구였고, 주인공이 사랑했던 나오코의 자살을 경험한다. 몇 안 되는 인간관계에도 찾아오는 절친들의 죽음, 거기에서 오는 상실감, 공허감은 소설의 분위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60년대 말 고도성장기 시대의 인간관계에 있어서 금방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환경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진리로도 사랑하는 것을 잃은 슬픔을 치유할 수 없다. 우리는 그 슬픔을 다 슬퍼한 다음 거기에서 뭔가를 배우는 것뿐이고 그렇게 배운 무엇도 또다시 다가올 예기치 못한 슬픔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상실감이라는 정의를 정확히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독일 함부르크 비행기 안에서 들려오는 비틀스의 `노르웨이 숲'의 노래를 들은 와타나베는 37살이다. 하지만 노래를 듣는 순간 18년 전의 와타나베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그 시절 나오코, 미도리를 만난 것은 마치 현재인 것처럼 생생했다. `죽음은 삶의 대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잠겨 있다.' 살아있음이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는 말처럼 결국 삶과 죽음은 함께라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는 청춘이라는 시절을 모두 겪는다. 청춘을 돌아보면 안정적이지 않기에 불안했고 불안정하기에 미래의 희망이 있었다. 청춘 시절의 불안함은 슬픔을 안겨주는 동시에 성장의 동력이 되었다.

소설 `노르웨이 숲'은 우리나라에`상실의 시대'라는 다른 제목으로도 출판되고 있다. 시대적 배경과 더불어 소설의 내용을 그대로 보여주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청춘의 시기에 상실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청춘의 상실감은 우리에게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고 자양분이 되어 미래의 나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 된다.

학생들이라면 앞으로 겪을 수많은 상실감에 지치지 않길 바라고, 이미 겪은 어른들이라면 그동안 겪은 수많은 상실감을 토대로 세상의 싸움에서 용기 있게 버틸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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