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산을 오르며
양성산을 오르며
  • 심억수 시인
  • 승인 2022.09.0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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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억수 시인
심억수 시인

 

양성산은 높이 300m로 청주시 문의면의 진산이다. 산자락에 문의문화재단지와 대청호를 품고 있다. 백제 시대에는 일모산이라 불렸다. 신라 시대 때는 연산이라 하였고 승려 화은 대사가 승병을 길렀던 곳이라 하여 양승산, 양성산으로 불리고 있다. 정상부에는 474년에 축조된 석축 산성이 있다. 고려의 유금필 장군이 후백제 길환 장군을 물리쳤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양성산 등반은 시작부터 오르내림이 심하다. 가파른 산길에 걸음이 무겁다.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땀이 비 오듯 한다. 내려오던 사람이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힘내세요.” 한다. 힘겹게 전망대에 이르렀다. 정상에 자리한 팔각정 전망대에는 땀 흘리며 올라온 자의 여유로운 웃음이 가득하다.

국태정 전망대에서 대청호를 바라보며 나의 길을 돌아본다. 목표를 정해 두고 오르고 내리는 산행길 때론 멈추고 돌아서는 힘겨움이 내 삶과 닮았다. 나의 길도 늘 편안하고 아름다운 길만은 아니었다. 양성산 등반길처럼 때로는 언덕도 만났고 돌부리에 넘어지기도 했다. 갈림길에서 방황도 하였다. 별것도 아닌 것에 상처를 받고 사소한 일에 화를 내며 가시를 잔뜩 세운 험한 마음만 보았다. 가시 위에 피운 찔레꽃처럼 깨끗한 마음을 보지 못했다. 장미꽃처럼 붉은 정렬이 숨어 있는 것을 몰랐다. 보려고 하지 않았다. 늘 나 홀로 걷기에 바빴다.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보다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남을 돕는 일에는 인색했으며 내 그릇 채우는 일에 급급했다. 참으로 욕심스럽게 채우며 살았다. 매 순간 자연은 비움과 채움의 순환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자연의 이치를 보지 못하고 채움에 집착했다.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살았다. 집착과 욕심에 사로잡혀 혼자만의 생각에 괴로워했다. 나만 손해 보는 것 같고 나만 소외되는 것 같아 마음을 다스리지 못했다. 나의 삶에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욕심 때문이었다. 지난날을 내려놓으려 잠시 심호흡해본다. 산 능선의 초록 물결이 잔잔한 파도로 내 가슴에 일렁인다.

능선을 따라 걷다 보니 독수리 바위가 금방이라도 하늘을 날듯 날개를 펴고 있다. 독수리는 부리가 구부려지면 스스로 부리를 부러트린다. 새롭게 돋은 부리로 길어지고 무디어진 발톱을 스스로 뽑아 새롭게 날카로운 발톱이 자라게 한다. 바위는 환골탈태의 독수리 모습이다. 새로운 기운과 함께 마음이 경건해진다. 눈에 들어오는 모두가 새롭고 경이롭다. 비단 오늘뿐이겠는가? 어제 바라본 풍경이 오늘과 다르고 날마다 마주치는 사람들도 매일 다르다. 이렇듯 늘 새로운 변화와 함께하면서도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하고 살았다. 길은 나에게 계절마다 다른 선물을 주었건만 나는 그것을 받을 준비를 하지 못했다. 늦은 가을 길을 걷는 나이가 돼서야 아! 봄도 아름다웠고 여름도 활기찼었다는 것을 알았다.

삶이란 길 따라 걷다 길을 따라 돌아오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걸어가는 길은 어떤 길일까. 나는 지금껏 늘 굽이돌아 가는 길보다는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을 선택한 것 같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참으로 멀리도 걸었다. 구불구불 내가 지나온 길이 이제는 아름답게 보인다. 나를 중심에 두고 걸어온 길 욕심을 버리고 나면 내 삶의 길도 아름답지 않을까. 내 생의 마지막 삶의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 그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 양성산을 오르듯이 겸손과 배려의 마음으로 걸어가야겠다. 걸어가면서 잠시 그늘에 앉아 쉬기도 하고 맑은 옹달샘에서 목을 축이기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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