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야 할 것과 잊지 말아야 할 것
잊어야 할 것과 잊지 말아야 할 것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30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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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천
윤 승 범 <시인>

지나간 모든 것을 기억하고 살 수는 없다. 지나간 것은 적당히 잊어 추억으로 남기고 넘어가야 한다. 다 기억할 수도 없거니와 다 기억을 한다면 그것도 큰 병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잊어야 할 것과 잊지 말아야 할 것이 구별되지 못하니 그것이 안타깝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있는지 모른다. 소말리아에서 피랍된 선원들의 안위를 잊고, 멀쩡하게 무너진 한강 다리를 잊고,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수련대회를 떠난 아이들의 죽음도 잊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규도 잊고, 어느 대권 주자의 비리도 잊는다. 나라를 위해 죽어간 무명 용사의 무덤도 잊고, 지지리 궁상으로 사는 독립투사의 후손도 잊고, 아이를 구하려다 발목이 잘린 철도원도 잊는다.

잊혀져야 할 것을 잊는다면 다행이겠으나, 잊지 말아야 할 것까지 잊는다는 것은 슬프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우리 사회는 슬픈 사회다. 부정을 저지르고서도 시간이 지나면 묻혀진다. 그걸 아니까 적당히 세월만 가면 된다는 식의 처세술이 는다. 잊는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좋은 일이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잊지말아야 한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잡혀 있는 선원들을 기억해야 하고, 몇 번인가 당적을 옮겨 철새 소리를 듣는 정치가를 기억해야 하고, 또 다시 반복되는 이 땅의 안전 불감증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사는 이 땅이 조금은 나아질 것이다.

어느 시인의 노래다.

- 전략 -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 박인환 시인의 '세월이 가면'

들을수록 애달프다. 잊혀져야 할 것과 그러지 말 것을 구별하자. 우리네 인생이야 잠깐 스쳤다 가는 것이라 하겠지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다음 세대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것도 자랑스럽게 이어져야 할 것이다. 얼마 있으면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다. 무수히 많은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 정리야 되겠지만 벌써부터 이 말 다르고 저 말 다른 후보들이 나오고 있다. 안 나온다고 하더니 나오고, 안 한다더니 하고, 안 했다더니 했고, 했다더니 안 했던 것들이 난무하고 있다. 잊지 말자. 저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그리고 무슨 행동을 했는지. 그래서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아야 할 것이다. 쉽게 잊어주고 잊혀진다면 슬프고도 슬픈 일이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고, 그 사람 이름은 잊었어도 그 눈동자와 입술은 가슴에 묻는다. 그렇게 잊혀져야 할 것과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구별하자. 적어도 우리가 사는 나라가 제대로 서길 바란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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