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전쟁은 따로 있다
해야 할 전쟁은 따로 있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2.09.0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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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전쟁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검찰의 소환 사실을 알리며 그의 보좌관이 문자로 했던 말이다. 갓 취임한 야당 대표에게 검찰이 보낸 출두요구서는 선전포고나 다름없으니 집권세력과의 전쟁이 불가피해졌다는 취지의 보고였다. 민주당은 명백한 야당 탄압이라고 규정했다. “대통령 부인이나 여당 의원이 관련된 사건은 줄줄이 무혐의 처분하면서 야당 대표의 정치적 발언은 사법적 판단에 넘겼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대표는 지난해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돼 검·경이 수사를 진행해 왔다. 공소시효가 임박했다는 검찰의 해명을 감안하더라도, 시점을 놓고볼 때 민주당의 격앙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정쟁에 신물이 날대로 난 국민에게 `전쟁'을 언급한 대목은 큰 공감을 얻지 못할 것 같다. 이 대표의 취임 1성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었다. 스스로 공언했듯이 그가 수행해야 할 전쟁은 수렁에 빠진 민생을 구하는 것이다. 코로나 재확산과 기록적인 물가고로 수렁에 빠진 현재의 민생뿐 아니라 미래의 민생도 그의 전쟁 목록에 들어가야 한다. 공적 연금, 그 중에서도 국민연금 개혁이야 말로 그가 집권당을 추동하며 치러야 할 가장 치열한 전투가 돼야 한다.

2018년 정부의 재정 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재원은 오는 2057년 소진된다. 현재 27살 청년부터는 연금지급 연령인 62세가 되더라도 연금을 한푼도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내는 사람은 줄고 받는 사람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재앙이다. 그 때 가서 세금으로 충당하면 된다는 말도 나온다. 그런 나라도 있기는 하다. 나랏돈으로 구멍난 재정을 때우려면 세출을 줄여 연금으로 전용하거나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 가능할까?

한국은 출생율 저하로 인구가 감소하는 지구촌 유일의 국가가 됐고, 노령인구는 기하급수로 늘고 있다. 이 사실에 기초해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주는 기초연금을 살펴보자. 월 40만원으로 인상하기로 한 정부의 계획을 반영할 때 기초연금 재정은 올해 21조원에서 30년 후 167조원으로 늘어난다. 수급자가 1330만명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2060년에는 243조원을 기초연금에 쏟아부어야 한다. 그 때까지 정부가 기초연금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데, 예산을 아껴 고갈된 국민연금을 살리겠다는 생각은 망상에 가깝다.

그때 가서 세금을 더 걷으면 된다는 말 역시 비현실적이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조만간 생산활동을 하며 세금을 내는 납세인구도 급감할 것이다. 부양인구가 늘어 그렇지않아도 허리가 휘어질 미래 세대에 지옥을 펼쳐주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국민의 재정 부담이 필수인 연금개혁은 역대 정부 모두 구두선에 머물렀던 난제 중의 난제이다. 보험료는 올리고, 수급액은 낮추고, 지급시기는 연장하는 해법을 복합적으로 추진해야 하니 국민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 그래서 아직 적립액이 900조원에 달하고 고갈시점이 35년이나 남았다고 국민을 호도하며 이 폭탄을 후대에 넘기려는 세력도 있는 것 같다.

국민들이 연금에 의존하지 않고도 안락한 노후가 보장되는 계층의 이런 감언에 동조하면 국민연금 파탄은 예상보다 빨리 닥칠 지 모른다. 재정고갈 시점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면 누가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보험료을 내겠는가?

이젠 국민이 미래를 위한 고통을 감내할 각오가 돼있다며 정권에 개혁을 재촉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초당적, 초정파적으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라”고 지시한 만큼 여야가 미래의 민생을 건 진짜 전쟁터에서 능력을 겨루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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