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최경주의 꿈
탱크 최경주의 꿈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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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 경<부장(천안)>

한국의자랑, PGA골퍼 최경주(37)를 미국인들이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제 끝난 페덱스컵 첫 플레이오프인 ' 더 바클레이스'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코리안 골퍼 KJ의 이름을 또 한번 세계에 알렸다. 이미 올해 두번의 큰 대회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그다.

그가 골프를 잘해서 미국인들이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LPGA에서 이미 한국낭자들의 득세를 시기하는 듯한 매스컴들의 보도에서 알 수 있듯 미국인들은 아직 자기네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는 동양인에게 별로 너그럽지못하다.

그런데 최경주에 대한 인식이 요즘 변하기 시작했다.

경기에 앞서 그가 한 말 때문이다.

"우승을 하면 1000만달러의 상금으로 자선재단을 만들어 기부하겠다. 세계의 가난한 어린이들을 돕겠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그가 바클레이스 1라운드를 마친 후 '코리안 골퍼 최경주의 꿈은 타이거 우즈 재단같은 자선재단을 만드는 것'이라며 'PGA무대에서 1500만달러를 번 그가 실제 한국에서 오래전부터 가난한 어린이들을 도와왔다'고 보도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에서 그를 보는 눈이 확 달라졌다. 국내에서 그의 선행은 이미 보도를 통해 잘 알려져 있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았기에 그의 이번 '선언'은 미국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의 우승을 바라는 미국인들도 많이 생겼다 한다. 현지 한인 교민들도 요즘 KJ의 얘기가 나오면 가슴이 뿌듯해지고 있다.

LA에 사는 한 지인은 어제 전화를 통해 "우리 교민들이 신문보도 후 한 껏 자긍심을 느끼게 됐다"며 "미국인 친구들도 최경주가 우승해 꼭 그의 꿈이 이뤄지길 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경주는 유년시절 넉넉치 못한 환경에서 자랐다. 몇해 전 기자들이 성장스토리를 묻자 "더 이상 과거를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을 정도로 섬소년인 전남 완도 '촌놈'이 겪었던 고생은 보통이 아니었다.

역도부에 들면 학비를 면제해준다는 말에 운동을 시작했고, 골프연습장 캐디생활로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차가운 다락방에서 합숙을 하고 연습장 귀퉁이방과 친구 셋방을 전전하며 프로가 됐다.

그런 성장배경 탓일까. 그의 선행은 눈부시다.

PGA무대에서 돈을 벌기 시작하며 남몰래 불우한 어린이들을 돕기 시작한 그는 벌써 지금까지 3억원 이상을 기부했다.

한국에서 대회가 열리면 날라와 상금 전액을 기부한 게 한두번이 아니다.

이미 그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억원을 모으면 골프를 그만두고 자선재단을 만들어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골프를 하는 목적이 남들을 돕기 위한 것, 단 한 가지 뿐이다.

이번 페덱스컵에서 그가 우승을 하더라도 당장 자선재단을 만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승 상금이 45세 이후 연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이 그의 "우승 상금으로 자선재단을 만들겠다"는 말에 의아스럽다며 딴지를 걸 듯 인터뷰를 요청했다.

-우승 상금이 연금형태로 지급된다는 것을 알고도 그런 말을 했나.

몰랐다. 그러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내 계획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어떤 형식으로든 힘들게 생활하는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주겠다. 내 뜻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기부나 불우이웃돕기 등 자선사업을 하고있는가

"한국에 있는 두 곳의 어린이 돕기단체에 기부를 하고 있다. 내가 그들을 돕는 이유는 간단하다. (불우하더라도) 어린 친구들은 주위의 도움만 있으면 그들의 꿈을 만들고 키울 수 있다. 그들의 꿈이 그대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꿈을 키울 권리가 있다.

이 말이 전해진 후 미국인들은 그를 더욱 주목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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