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활용법 역사적 가치에 주목해야
청와대 활용법 역사적 가치에 주목해야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2.08.29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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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청와대가 개방된 지 100일이 넘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 시민 개방'이라는 파격적인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성급'과 `파격'이라는 다소 엇갈린 견해 속에 개방된 푸른 기와집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심장과도 같은 곳이었기에 그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국가 최고 통치자가 근무하고 살았던 공간에 대한 호기심도 국민의 발길을 쏠리게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개방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불편함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무질서하게 통제없이 청와대를 돌아다니는 수많은 관람객, 종교적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른 종교라며 시설을 파손시키는 행위가 버젓이 벌어졌다. 여기에 화장실 하나마저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모습에서 성역의 공간이 마구 훼손되는 불편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이런 시선의 불편함은 조선시대부터 2020년 봄까지 오랫동안 대한민국을 상징해왔던 청와대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랬다. 한국사의 큰 획을 그은 통치 공간임을 간과한 채 먼저 개방하고 활용법은 나중에 고민하자는 성급함 때문이라는 세간의 지적도 그런 이유다.

새 정부에선 여전히 새로운 청와대 활용법을 찾고 있다. 베르사유 궁전처럼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조성하려는 계획이 알려지기도 했고, 유명 패션잡지의 화보를 찍는 장소로 제공하면서 전통한복에 대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세계적 명품 구찌와 문화재청이 경복궁에서 패션쇼를 열기로 했다가 논란을 의식해 취소한 것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활용법에 대한 논란도 가중되고 있다.

이에 문화재청은 “앞으로 청와대에서의 촬영 및 장소사용 허가의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보다 면밀히 검토해 열린 청와대의 역사성과 상징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계기로 청와대 활용법을 심도있게 재검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라는 소중한 우리 역사문화유산에 대한 활용 못지않게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다각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청와대와 역사적 의미나 가치, 규모는 다르지만, 남쪽 청와대인 충북의 청남대에서 활용법을 찾아보는 것도 방안이다.

1983년 준공된 청남대는 20년간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되다가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약속에 따라 2003년 4월 전면 개방됐다. 국가 최고 권력자의 비밀스런 공간인 청남대를 구경하겠다며 전국에서 올라오는 관광버스로 주변 지역이 몸살을 앓을 정도로 관람 인파가 넘쳐났다. 하지만 대통령 별장만으로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기는 어려웠다. 결국, 공간에 대한 활용법을 통해 역사적·자연적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지자체의 노력이 부가되어야 했다.

그렇게 청남대가 개방된 지 20년에 가까워졌다. 관리를 맡은 충북도는 매년 수십억 원을 투입하며 관리를 하였고, 인파가 몰릴 때면 입장 시간을 조율하며 관람동선을 만들기도 했다. 별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역대 대통령 기념관을 조성하고, 최근에는 임시정부기념관도 개관해 대통령과 역사성을 담보하고 있다. 또한 대청호가 에워싼 대통령 별장은 수많은 나무와 꽃들을 식재해 아름다운 풍광을 덤으로 선사하며 충북의 대표 관광지가 되었다.

청남대와 비교하면 청와대는 역사성이나 상징성, 지리적 여건에서도 월등하다. 청와대라는 공간에 국민이 공감하는 국격까지 담아낸다면 청와대 활용법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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