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검찰이 좌우하는 정치
법원·검찰이 좌우하는 정치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2.08.28 18: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여의도가 외부기관인 법원과 검찰에 휘둘리는 몰정치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집권 여당은 법원 판결 하나로 아수라장이 됐고, 제1 야당은 검찰을 의식해 여론은 물론 당내 반대도 만만찮은 당헌 개정을 강행해 도마에 올랐다.

지난 주 법원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당의 비상대책위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사실상 수용했다. 법원은 당이 규정한 비상상황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비대위원장 직무를 정지시켰다. 정당이 내린 정치적 판단을 법리적 판단으로 뒤집은 것이다. 당헌이 규정한 비상 상황이 아닌데도 당 지도체제 전환을 위해 비상 상황을 만들었다고 했다. 징계로 당권이 정지된 전 대표의 복귀를 막으려 무리하게 비대위를 출범했다는 일각의 비난에 공감한 판결 같기도 하다.

당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심리가 길어지면서 인용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당은 100% 기각을 확신하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지 못했다. 부랴부랴 의원총회를 열어 내놓은 대안이 비대위 재건이다. 당헌을 개정한 후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법원이 시비를 걸지 못하도록 비상 상황을 규정하는 조항을 구체적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법원이 기능을 정지시킨 비대위를 당이 다시 꾸리려고 하자 당내 법치에 반한다는 판결을 받은 정당이 이젠 당밖의 법치마저 부정하려 한다는 비판이 안팎에서 쏟아진다. 국민의힘은 사법부가 정당의 정치행위에 과도하게 간여한다며 판결에 반발하고 있으나 당의 문제에 법원을 끌어들인 당사자가 누구인지부터 되돌아 볼 일이다.

어제 이재명 대표 체제가 출범한 민주당은 방탄과 사당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은 그제 부정부패 범죄로 당직자가 기소되면 직무를 정지시키는 당헌 80조 일부를 개정했다. 당초 당내서 추진됐던 개정안의 골자는 직무정지 조건을 1심서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로 완화하자는 것이었다. 당을 혁신하겠다며 도입한 룰을 후퇴시켜서는 안된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여러 건의 수사에 연루된 이재명 의원의 대표 당선이 확실시 된 시점을 들어 방탄용이라는 비판도 터졌다.

그러자 당은 뒷문을 만들었다. 기소가 정치탄압으로 판단되면 직무정지 징계를 취소할수 있도록 한 80조 3항을 손 본것 이다. 직무정지 등 징계처분 심의기구를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원회로 바꾸기로 했다. 윤리심판원에는 외부인사들이 참여한다. 민심이 반영된 객관적 판단을 구하기 위한 방편이다. 반면 당무위는 당대표가 위원장을 맡아 관장한다.

당 비대위는 지난 24일 이 개정안을 중앙위원회에 상정하고 투표를 강행했지만 부결됐다. 비대위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틀만에 애초 함께 넣었던 `권리당원 전원 투표' 신설 내용은 빼고 80조 개정만 담은 수정안을 재상정해 통과시켰다. 굳이 지금 징계취소 권한을 민간참여 기구에서 당대표가 좌지우지하는 기구로 돌린 이유를 모를 사람은 없다.

과거로 돌아가려는 민주당의 집요한 의지는 검찰이 당을 향해 부당한 검찰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확신에서 비롯됐다. 민주당이 기억할 것은 지난 정권 내내 무도한 기관으로 몰아붙인 검찰 출신에게 권력을 내줬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민심의 공감을 얻지못한 헛발질을 앞으로도 계속할 태세다. 이재명 체제의 민주당 당무위가 처리할 첫 징계처분 취소 대상은 당대표가 될 공산이 높다. 공정성 논란은 심화할 것이고 검찰은 민주당이 진통을 겪는 장면을 유유히 감상할 것이다.

국가로 치면 헌법에 해당하는 게 당헌이다.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임의로 뜯어고칠 가벼운 규정이 아니다. 여야 모두 문제의 근원은 외면하고 당헌을 누더기로 만들어가며 사태를 모면하려는 꼼수에 집착하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외부의 입김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을 때 찾아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