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도 나이 든 삶을 우습게 여긴다
병도 나이 든 삶을 우습게 여긴다
  • 심억수 시인
  • 승인 2022.08.28 1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 엿보기
심억수 시인
심억수 시인

 

어지럼증으로 C 이비인후과에 갔다. 82년 이석증으로 치료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렸다. 담당 의사는 어지럼증의 원인은 무수히 많다며 과도한 피로와 수면이 부족한 경우에 발생한다. 장시간 앉았다가 일어날 때, 무더위 땡볕에 오래 있을 때, 배와 차멀미하는 경우 등 여러 상황에서 쉽게 어지럼증이 온단다. 이러한 어지럼증 증세는 보통 일정 시간 휴식을 취하면 개선되는데 나의 경우는 어지러운 증상의 원인이 다르단다.

담당 의사는 이석증은 귀에서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기관인 타원낭반에 있던 돌 부스러기가 몸이 회전하는 것을 감지하는 기관인 반고리관에 흘러들어 가 생기는 병이란다. 어지럽다고 느끼는 증상도 다양하다며 순간 핑 도는 느낌, 아찔한 느낌, 제대로 걸을 수 없을 만큼 비틀거리는 증상, 제대로 균형을 잡기 어려운 느낌, 몸이 기울어지는 느낌, 구토할 것 같은 느낌 등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데 나의 증상은 앞이 캄캄해지며 스펀지 위를 걷는 느낌이라고 하자 이석증이 아니라며 시신경과 뇌신경 검사를 받아 보란다. 귀에 이상이 있어 생긴 어지럼증이라 짐작했는데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가슴이 철렁한다.

N 안과에 가서 시신경 검사를 하였다. 이상이 없단다. C 뇌신경과에 갔다. MRI와 CT 촬영을 하였다. 이상이 없단다. 뇌신경과 선생님은 노화와 면역력 저하로 일어나는 일시적 현상이란다. 그런데 머리는 어지럽고 걸을 때마다 바닥이 울렁인다. 온몸이 허공에 뜬 기분이다. 균형을 잡을 수가 없다.

지인의 추천으로 H 이비인후과에 갔다. 양쪽 귀를 관찰하고 머리 방향을 왼쪽 오른쪽으로 바꾸고 침대에 앉혔다가 머리를 뒤로 젖히더니 이석증이라며 약을 3일 정도 복용하면 괜찮을 거란다. 약 기운이 떨어져서인지 눈앞이 캄캄해지며 하늘이 빙글빙글 돈다. 내 몸이 우주 공간에서 허우적거린다. 겁에 질려 눈을 떴다. 천장의 형광등 불빛이 빙글빙글 빠르게 회전한다. 비몽사몽에 우주를 여행하는 꿈속인 줄 알았다. 죽음에 당당했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삶을 향해 허공을 휘젓는 몰골은 식은땀에 범벅되어 점점 블랙홀로 빠져든다. 가만히 누워 심호흡을 해보아도 어지러움이 진정되지 않는다. 아내의 도움으로 간신히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토하였다.

어지럼증을 잘 고친다는 S 이비인후과를 검색하여 갔다. 의사는 나에게 눈동자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특수 고글을 착용하게 했다. 불빛 따라 눈을 움직이게 했다. 머리 방향을 오른쪽으로 45도 왼쪽으로 45도로 바꾸고 침대에 앉혔다가 머리를 뒤로 90도로 눕혔다 일어나게 하였다. 청력검사와 귀에 바람을 불어넣기도 했다. 검사가 끝나고 의사는 이석증 때문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귀 안 전정기관이라는 곳에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염증이 생겨서 어지러울 수도 있다고 했다. 머리가 움직이면 눈이 떨리는 증상과 더불어 어지럼증이 발생한단다. 보통 전정신경염이 생기면 초기에 청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고 이후에 다시 회복되는데 청력이 많이 저하되었단다. 병명과 원인을 알게 되어 안심이다. 담당 의사는 처방전을 작성하면서 나이가 들어 면역력이 떨어진 관계로 회복에 시간이 걸리니 조급해 말란다. 어지럼증 해결 방법으로 천장을 바라보면서 누워 있고 바로 일어나는 것보다는 약 30초 정도 누워 있다 천천히 일어나는 습관을 기르란다. 예전 같으면 가만히 누워 있으면 어지러운 증상이 멎어 툭툭 털고 일어났건만 점점 더 어지럽다. 병도 나이 든 삶을 우습게 여기는가 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