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인권센터, 든든한 울타리 되길
대학 내 인권센터, 든든한 울타리 되길
  •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 승인 2022.08.2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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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談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한 여성이 대학 내에서 사망했다. 그녀에게 허락된 삶을 다 살아내지도 못하고 그녀가 품었을 꿈을 향해 달려보지도 못하고 세상에 남겼을 환한 미소조차 띠어 보내지 못한 채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사건의 전말은 수사 과정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그녀가 추락한 즉시 응급조치를 받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하는 지점은 안타깝다. 
2020년 국회입법조사처의‘고등교육기관 폭력예방교육 현황과 시사점’ 보고 결과에 의하면 대학과 전문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이 2015년 73건에서 2018년 115건으로 3년 새 58% 증가했다. 성희롱·성폭력 가해자 현황을 보면 지난 5년간 발생한 1206건의 사건 중 학생인 경우가 748건(62%), 교수가 가해자인 사건은 304건(25.2%), 직원이 가해자인 경우는 82건(6.8%)이었다. 
이러한 통계는 드러난 수치에 불과하다. 성폭력은 성희롱과 성추행, 성폭행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성적 행위를 통해 정신·육체적 손상을 주는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 언어적 성희롱과 음란성 메시지, 불법 촬영 등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가해지는 모든 폭력과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안이나 공포, 행동의 제약도 넓은 의미의 성폭력에 해당한다. 이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피해 당사자에게 신체·정신적, 성적 피해를 주는 심각한 인권 문제로 이러한 넓은 의미의 성폭력까지 포함한다면 그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수면 아래 모습을 숨긴 채 홀로 견디는 수많은 피해자의 울부짖음은 포함되지도 않았을 것이란 뜻이다.
가늠할 수도 없는 피해 규모와 피해자들의 호소는 존재하는데 정작 가해자는 자신이 행하는 언어와 행동이 성폭력이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거나 좋은 의미로 한 이야기를 민감하고 특별하게 반응한다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현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대학 내 성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안면식이 있고 같은 공간에서 지속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는 특수성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 조치조차 대학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는 힘든 상황으로 피해자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안은 채 가해자와 같은 교정에서 생활해야 한다. 
이런 학내 성폭력 증가에 따라 교육부는 올 3월부터 의무적으로 인권센터를 대학 내 설치하도록 하고 ‘2022년 대학인권센터 선도모델 개발 시범사업’을 공모해 전국 7개 대학을 선정했다. 이를 통해 인권센터 선도 모형을 개발하고 인권센터 운영·사건 처리 지침(매뉴얼)과 다양한 인권교육 콘텐츠 등을 개발해 모든 대학에 그 성과를 확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출발하는 인권센터가 형식적인 모양새에 그치지 않고 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조건을 갖추고 있느냐의 문제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첫술에 배부르기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인권센터의 기능 수행을 위해서는 전문 인력과 예산이 확보되어 독립성과 자율성, 지속적 교육과 역량 강화, 사례 조사 연구, 문제 대응 능력과 2차 가해 예방, 다양한 예방 사업의 효과적 시행 원칙을 보장해야 한다.
모든 사회문제가 그럴 듯 ‘성폭력’도 예방이 중요하다. 캠페인 등 다양한 방식의 인식 개선과 예방 교육의 내실화는 물론 성폭력 사건 발생 시 조사와 징계 처리 절차에서 공정성과 성인지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보완도 이뤄져야 한다.
폭력은 물리적 힘으로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제압하는 인간이 행하는 가장 하위적 행위이다. 헌법 제10조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 등 국가는 인간의 기본적 인권 확인과 보장을 위한 의무를 가지고 있음을 정의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 대원칙이다. 
‘나와 너, 모두 소중하다.’라는 가장 단순하고 가치로운 정의를 기억하는 사회가 되도록 대학 내 인권센터가 두텁고 믿음직한 울타리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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