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잡이별
길잡이별
  • 김경순 수필가
  • 승인 2022.08.2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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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김경순 수필가
김경순 수필가

 

여전히 코로나로 불안한 세상이다. 그럼에도 공항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내 주변 지인들도 해외여행을 가자며 성화다.

여행은 생각만 해도 설레고 기분을 좋게 만든다. 지난달 나는 발칸 반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패키지여행은 아니다. 불가리아의 소피아 대학에서 학회가 있었다. 학회가 끝나고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두바이를 둘러보는 여행이었다. 선택 관광도, 쇼핑도 포함되지 않았다. 주로 유서가 깊은 도시와 건물들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그간 다녔던 여행과는 거리감이 있어 좋았다. 가이드와의 불필요한 신경전도, 언쟁도 없다. 이런 여행이라면 내일이라도 또 설레며 기다릴 듯싶다.

그동안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적지 않은 가이드들을 만났다. 낯선 곳에서 가이드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어쩌면 그 나라에 대한 인식까지도 바꿀 수 있게 만드는 게 가이드의 힘이다. 아직까지도 불편함으로 잊을 수 없는 여행은 5년 전쯤 패키지로 갔던 라오스였다. 물론 패키지로 갈 때는 선택 관광이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패키지 상품에는 선택 관광을 하지 않더라도 어떠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판매가 된다. 하지만 막상 현지에서 여행을 하다보면 가이드는 집요하게 선택 관광을 강요한다. 가이드에게 선택 관광은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이니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관광객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면 가이드로서의 올바른 태도는 아니다.

우리 팀을 맡은 가이드가 꼭 그런 사람이었다. L여행사를 통해 라오스 관광을 하게 된 우리는 10년 넘게 이어온 세 부부의 모임이었다. 인천공항에서 다른 팀들과 합류하여 즐겁게 떠난 여행이었다. 하지만 여행 내내 얼마나 불편했는지 모른다.

우리 일행들의 나이는 평균 60을 훌쩍 넘어 선다. 라오스의 방비엥지역을 여행할 때였다. 그날은 오전에만 관광이 있고 오후는 자유시간이 주어진 날이었다.

가이드는 우리에게 짚라인 체험을 해 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세 부부 중 유일하게 남편과 나는 50대의 젊은 축에 든다. 게다가 우리 부부는 활동적이면서도 해보지 않은 체험에 호기심이 일었다. 하지만 두 부부는 질색을 하며 거절을 했다. 체험할 자신도 없지만 무엇보다 위험하기도 하고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할 수 없이 우리는 하지 않겠다고 대답을 하자 그때부터 가이드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로 가이드는 우리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불친절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가이드는 라오스 공항에서 우리를 배웅하면서도 정말 불친절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렇게 여행이 끝나고 돌아와서 나는 여행사에 불만을 토로했고 사과도 받았다.

옛날 우리 선인들은 하늘에 떠 있는 북두칠성을 보며 방향을 잡아 길을 찾았다고 한다. 그래서 북두칠성처럼 방향을 알려주는 별을 길잡이별이라고 불렀다. 가이드는 관광객들이 타지에서 느끼는 불안함이나 불편함을 줄여주기 위해 길잡이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땅위의 길잡이별인 셈이다. 지금도 모임에서 만나면 여행은 또 언제 가냐고 한다.

그리고 라오스에서의 일을 이야기한다. 라오스 여행에서 우리끼리 다녔던 순간들이 더 행복했다고…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래도 우리 일행들이 길잡이별이었던 나로 인해 행복해 했다는 말에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나는 여행이 끝나는 날 공항에서 나누는 여행객들과 가이드의 작별인사 통해 여행의 성공여부를 판단하다. 그리고 그 나라가 그리운 건 그곳에 길잡이별이 되어주는 사람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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