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욱의 `꿈속의 고향'
마동욱의 `꿈속의 고향'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22.08.2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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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서른다섯 해를 자신의 고향 전라남도 장흥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는 사진가 마동욱(63)이 `꿈속의 고향' 사진집을 내놓았다. 작가는 탐진강이 유유히 흐르는 부산면과 유치면의 경계에 있는 자동마을을 거의 매일 드나들면서 산과 들, 집과 길, 크고 작은 행사, 논과 밭농사, 주민들을 빠짐없이 카메라에 담았다. 무엇보다도 마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사진으로 그들의 희로애락을 되새겨 볼 수 있다는 데에 큰 가치가 있다.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사라진 지동마을을 기억할 수 있게 한 역사 앨범에서 특히 영암군 금정면 세류리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유치천과 만나고, 국사봉에서 흘러온 물과 합쳐진 탐진강에 다목적댐이 건설되는 과정을 생생히 담았다. 또한 마을사람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깃든 얼굴들을 보면서 한동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 아픔은 지동마을 망향제에서 진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마을의 집들이 철거되고 산천이 진동해도 유수 같은 세월은 말이 없다 했던가. 정든 고향, 어렸을 때 뛰놀던 아름다운 마을과 눈물 흘리며 헤어지고 통곡했다는 작가의 글과 사진에서 그 슬픔을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지동마을 600년 된 정자나무와 집 한 채가 댐 공원에 옛 마을의 흔적으로 남아 있어 좋았다. 마을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던 정자나무는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의 정신적인 지주였기에 더욱 그러하다.

뒷바우등이라 부르는 마을 뒷산과 기역산을 휘감아 흐르는 탐진강이 사계절 서로 어우러지는 지동마을은 한 폭의 한국화처럼 정갈한 느낌이다. 큰 부자는 없어도 넉넉한 인심과 여유의 삶이 스며 있었기에 작가에게 지동마을은 늘 아늑하고 평화로운 안식처였다고 한다.

서른 가구의 아름다운 지동마을 사람들은 친형제 이상의 두터운 정을 나누며 살았지만 장흥댐이 건설되면서 사람들은 흩어지고, 삶의 터전도 송두리째 뭉개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6.25 전쟁통에 인민군, 공비를 잡는다는 구실로 주민이 경찰에 의해 죽고, 불타 없어진 집터에서 꿋꿋한 생명의 끈을 이어온 지동마을을 갓골, 각골이라 불렀다. 조상 대대로 뼈를 묻고 살아온 마을 갓골, 지동마을 주민들이 소중한 살림살이를 정리하고 낯선 곳으로 떠나가는 심정이 어떠했을까.

장흥댐 건설로 수몰될 지동마을을 구석구석 살펴 카메라에 담은 사진가 마동욱. 그는 댐 건설로 없어진 마을의 기록 `꿈속의 고향'을 사진집이라기보다 아련하게 기억 저편으로 멀어져간 한 마을의 역사문화라고 말했다.

그가 이루어 낸 지동마을의 역사문화기록집은 날로 각박해져 가고 있는 이 세상에 따뜻한 정겨움을 안겨준다. 수몰위기에 닥친 지동마을을 카메라에 담는데 열정을 쏟은 데에는 얼마나 많은 내용이 있느냐보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그리움의 결정체가 사진과 영상 속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의 보금자리. 그곳에 살던 사람들 대부분이 세상을 등졌고, 살아있는 사람들도 조차 자신들이 살던 지동마을을 얼마나 기억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한 권의 사진집이 지동마을과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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