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모범생
가짜 모범생
  •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2.08.2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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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올해 음성도서관에서는 청소년들이 학교 밖에서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청소년의 교육 문화복합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주인이 될 이 공간을 꾸며 나가기 위해 많은 아이들과 소통하며 청소년들의 많은 생각을 들여다볼 수 좋은 기회였다.

그중 가장 눈에 띄면서도 속상했던 점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도서관 공간을 조성할 때 가장 원하는 장소가 바로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답하였다는 것이다.

학업과 진로에 지친 아이들이 도서관에 원하는 건 대단한 놀 거리도 공부를 할 수 있는 쾌적한 시설도 아닌 어른의 눈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며 쉴 수 있는 공간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도서관 공간을 기획하는 담당자 입장에서 이러한 청소년들의 생각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한편으로는 나 또한 어른의 시선으로만 이 공간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나 불편하기까지 하였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도서는 손현주 작가의 `가짜 모범생'이다.

이 책에서는 건휘와 선휘 쌍둥이 형제가 등장한다. 이 둘을 우등생으로 키우고자 엄마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심지어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심한 체벌까지 하게 된다.

“넌 지칠 자유도 없어. 왜인지 알아? 엄만 잘 나가던 학원도 너희 때문에 그만뒀어, 늦은 나이에 너희를 낳고 내 몸은 만신창이가 됐어… 엄마 인생은 송두리째 너희에게 날아갔어.”

엄마는 아이들의 자유와 생각들을 무시한 체 자신이 희생하며 너희를 키운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에 대한 교육 학대를 정당화하고 있었다. 결국 이 정당화는 첫째 아들 건휘를 전교 1등의 우등생으로 키워 내지만 정서적 불안과 분노조절장애라는 또 다른 건휘를 만들어내며 결국 죽음으로 몰고 가게 된다.

청소년 시기는 진짜 나를 찾는 중요한 시기이다. 부모는 아이가 어떤 꿈을 꿀지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아이가 어떤 꿈을 가질 수 있을지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건휘 엄마의 경우에는 자신의 꿈을 아이들에게 주입한 뒤 다른 꿈을 꾸지 못하게 지속적인 학대를 해왔던 것 같다.

청소년 공간을 기획하는 나에게 이 책은 너무나도 많은 것을 시사해 주는 듯했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아이들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특별한 장소가 되어 주면 물론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지친 아이들의 쉼터 같은 공간이 되어 자신의 삶에 있어 다음 단계로 나아감에 도약 전 움츠림을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나같이 청소년 공간을 기획하게 되는 특이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한 아이의 부모로서 과연 우리 아이들이 진정을 원하는 무엇인가를 들어주기 위한 작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그것이 어른의 의무이자 우리 다음 생을 책임질 후세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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