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실패를 허락할 때
우리가 실패를 허락할 때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2.08.1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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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사전에 올라 있는 실패(失敗)의 의미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거나 뜻한 대로 되지 않고 그르침' 또는 `목표했던 일을 달성하지 못한 상태'라 되어 있다.

성공(成功) 또한 `목적한 바를 이룸'으로 명시되어 있다.

실패와 성공 모두 결과론적 관점으로 보는 단어들이다 보니 그 사람의 능력 평가에서 실패한 사람, 성공한 사람 등 `낙인효과'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외부적 평가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상처가 되어 바닥으로 떨어진 자존감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남아 `시작' 앞에서 주저하게 된다.

그러기에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로 다독이며 노력했음에 방점을 찍어 위로하려 한다. 이는 자칫 실패를 받아들이기는 하되 실망하지 않음으로 실패를 바라보며 마무리 짓는 쪽으로 흐르게 된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 하지 않는가! 그러니 실패는 어디에서나, 언제나, 누구나 겪을 수 있다. 단,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며 마무리를 어떻게 하는지 등의 태도는 실패 그 후의 가치를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망친 작품을 만들고 싶지 않아 그냥 보기만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소년과 셀 수 없는 실패를 거친 노회한 조각가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 <돌을 다듬는 마음/글:코비 야마다, 그림:엘리스 허스트/상상의힘>이 있다. 어느 조각가의 작품에 매료되어 `이토록 아름다운 걸 만들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해하는 소년, 그러나 소년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시작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나도 그렇다. 나를 빼닮은 큰아이도 그렇다. 놀이를 할 적에도 관찰 먼저 한다. 내가 해낼 수 있는 것인지 가늠하기 위한 시간이다. “실패가 두려워 얼어붙는 건 당연하다네. 흔히들 그래서 시작조차 하지 못하지.”라는 조각가 선생님의 이야기처럼 실패가 두려워 머뭇거리다 놓치거나 그르친 일들이 허다하다. 이런 심리 상태를 `왈렌다 효과'라 한다.

생각처럼 쉽지 않은 조각, 돌을 깎을 때마다 실망이 점점 커져만 갈 때 소년은 스승님을 찾아가 묻는다. “이걸 봐요! 내가 못한다고 했잖아요! …… 내가 뭘 만드는지도 모르겠어요.”라며 따져 묻는다. “자네는 길을 만들어 가는 중이야. 내 눈에 서서히 피어나는 재능이 보이고, 벅찬 도전이 보인다네.”라며 스승은 다독인다.

이 정도쯤의 위로는 여느 책에도 다 있다. 이 책만의 매력은 다음에 있다. “실패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아. 하지만 실패할 때마다 조금 더 현명해지고, 더 용감해지고, 더 강해졌지. … 실패자가 된다는 건 무언가를 뜨겁게 사랑했고, 온 마음을 주었다는 거야.”라며 본인의 경험에서 얻어낸 지혜를 일러준다.

또 다른 시작 앞에서 `이 나이에, 내 능력으로 가능할까…'라는 이유를 들어 머뭇거리던 나! 실패하기를 권하며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이 여러 길임을 일러주는 작가의 말에 힘입어 한 발 앞으로 디뎌보려 한다.

“어딘가로 가고 싶다면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야. 그 방향으로 첫걸음을 딛는 거지. 기꺼이 실패할 수 있다면 마침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에서 실패를 허락할 때, 자신에게 탁월함도 허락하는 것이라는 뜻을 헤아리며 용기를 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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