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안검수술 하고 나서
하안검수술 하고 나서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2.08.17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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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별난 수술을 다하고 삽니다.

연식이 된 자동차와 같아서 성한 데가 없긴 하지만 정말 이럴 줄 몰랐습니다.

제 얼굴 한 부분이 보닛에 흠이 나서 부식이 된 자동차처럼 흉하게 변해 정비공장에 차 맡기듯 성형외과에 수선을 맡겼지요.

생명과 활동에 큰 지장이 없는데 시간과 비용과 아픔과 아내의 수고로움을 끼쳐가며 해야 하나 하는 망설임을 뒤로하고.

대저 무슨 수술을 했기에 사족이 기냐고요.

하안검수술인데 하긴 저도 수술을 결심한 후 인터넷검색도 해보고 잘 한다는 병원을 수소문하다가 알았으니 생소하실 겁니다.

나이가 들면 눈알을 덮는 위아래 눈꺼풀이 쳐지고 튀어나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래쪽 눈두덩에 생기는 이상변화를 하안검(下眼瞼)이라 하고 위쪽 눈두덩에 생긴 이상변화를 상안검(上眼瞼)이라 하더군요. 쌍꺼풀수술처럼 쉽게 위 눈두덩수술 아래 눈두덩수술이라 하면 될 것을 일반인이 못 알아듣는 한문용어를 쓰는 의료현실이 마뜩치 않았습니다. 하여 의료계와 보건당국에 의료용어의 쉬운 우리말 쓰기를 호소하고 촉구합니다.

각설하고 요즘 부쩍 부러운 사람, 닮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젊었을 땐 아니 한 때는 돈 많은 사람이, 힘센 사람이, 지위가 높은 사람이, 아는 게 많은 사람이, 잘 난 사람이 부러웠지만 초월한지 오래입니다. 돈 많다고, 힘세다고, 지위가 높다고, 아는 게 많다고, 잘 났다고 다 행복한 것도 성공한 것도 오래 사는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살아보니 하루 세기 밥 먹고 살다가 가는 거 다 거기가 거기였습니다.

그런데 눈매가 선한 사람, 미소가 그윽한 환한 사람, 문득문득 가을하늘 냄새가 묻어나는 사람이 부러운 겁니다. 가당찮게도 진정 그런 사람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요. 인격수양도 삶의 내공도 부실하기 그지없는데 얼굴까지 일그러져 있으니 언감생심이지요.

제 두 눈 아래쪽 눈꺼풀이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부풀어 오르더니 커져서 손으로 누르면 누에가 꿈틀거리는 것처럼 움직여져 기분이 몹시 언짢은 겁니다.

개구리눈이라고 놀리는 친구가 있고, 거울을 보면 몹시 피고해 보이고, 찍힌 사진들을 봐도 제다 어두운 상이여서 그렇게 변한 자신 야속했거든요. 그래도 이 나이에 무슨 수술이냐며 생긴 대로 살지 하다가 하안검수술하면 좋아진다는 지인들의 유혹과 강권에 두 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막상 하려고 보니 서울에서 하느냐 청주에서 하느냐와 어느 시기에 하느냐가 문제였습니다.

눈 부위에 메스를 되는 거라 혹여 시신경을 건드리는 실수를 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와 동절기에 하면 좋다는 설 때문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청주에도 경험 많은 의사와 병의원이 있다는 말을 믿고 청주에서 하기로 했고, 일기예보도 수술 후 비 오거나 흐린 날이 많아 한동안 집에서 책이나 보며 힐링할 요량으로 결행했습니다.

눈꺼풀 상단 피부를 절개한 후 지방을 제거하고 봉합하는 수술인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힘든 수술이었습니다.

다행히 수술이 무사히 끝나 아내 차에 실려 집으로 돌아오니 수술 부위가 욱신거리고 멍이 흉하게 들었지만 참을만해 안도 되었습니다.

지난 13일 실밥을 제거하고 의사의 처방과 주의사항을 지키며 지냈더니 한결 좋아졌습니다. 심술쟁이 영감탱이에서 꽤 쓸 만한 아저씨로.

성형수술이 자신을 위한 것이지만 남을 배려하는 것이라는 것도 깨우쳤지요. 그러면서 내 눈꺼풀에 왜 그리 못된 지방이 쌓여 두툼해지고 보기 싫어졌을까를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안 볼 걸 너무 많이 봐서, 보고도 못 본척한 게 너무 많아서, 도움의 손길을 보고도 외면했거나 불의를 보고도 항거하지 못했던 후과였습니다.

그러니 상이 좋을 리 없습니다. 가만있는데도 화나는 것 같고 찡그리는 것 같으니 보는 이들이 불편했을 겁니다.

이제부터라도 선한 눈망울로 세상을 보고 해맑은 미소 지으며 어우렁더우렁 살렵니다. 밉상을 곱상으로 보아준 고마운 분들을 위해서라도.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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