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은 절대 평등하지 않다
재난은 절대 평등하지 않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2.08.15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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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지난 한 주, 대한민국을 덮친 기록적인 폭우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재산피해를 가져왔다. 한꺼번에 쏟아진 폭우라지만 서울 거리 한복판에 둥둥 떠다니는 자동차들의 모습은 한 편의 재난영화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명의 일가족 사망사건은 충격적이었다.

집이라는 안전하다고 믿었던 공간에서 발생한 사고이기에 더더욱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갑자기 밀려들어 온 폭우에 문을 열지 못한 채 구조만 기다리던 이들은 끝내 집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마지막 목숨 줄인 구조요청조차 작동하지 않은 날벼락 같은 현실이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벌어진 것이다.

소중한 생명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 현장은 처참했다. 지하와 지상에 반반 걸쳐있는 창문은 화려한 서울 도심에 가려진 또 다른 서울의 민낯이었다. 그것도 세계 선진 도시 중 가장 안전한 도시라고 자부하던 서울이 예보된 폭우도 대비하지 못한 채 시민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재난시스템에 허점을 드러냈다.

세월호 트라우마가 소환되면서 인재에 가까운 자연재해에 망연자실할 뿐이다.

서울지역의 피해 규모와는 다르지만, 청주지역의 폭우 피해도 인재에 가깝다.

복대동 일대와 석판리 일대가 침수되면서 시민들이 재산손해를 입었다. 특히 복대동은 상습 침수지역으로 2017년에도 큰 비 피해를 본 곳이다.

당시 침수피해 대책으로 우수저류시설 공사가 추진되다가 예산문제에 밀려 변경되면서 5년 만에 또다시 물난리를 겪게 된 것이다.

청주시는 뒤늦게 침수예방사업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발표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었다.

이처럼 갑작스런 폭우지만 자연재해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기후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전 세계가 폭염과 폭설, 산불과 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 남부 지역이 폭염과 산불이 겹치면서 비상이 걸렸고, 미국과 영국도 40도에 가까운 폭염으로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더구나 폭염은 가뭄을 동반하고 이중고를 가져오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가장 큰 호수인 가르다호가 가뭄 탓에 바닥을 드러냈고, 스페인과 독일, 포르투갈,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가뭄을 겪고 있다.

이처럼 불규칙한 자연재해 발생을 두고 과학자들은 기후변화 때문에 폭염과 가뭄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제 못지않게 국가마다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면 재난시스템을 강화하는 일이 과제가 되었다. 문제는 모든 재난은 절대 평등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대한민국의 폭우가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된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경제적 문제로 반지하를 택할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이 그렇고,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이 재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빈곤 노인층, 건설노동자, 배달업 종사자, 저임금 노동자들은 폭염과 폭우 등과 같은 재난에 취약하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들이 재난에도 결코 평등하지 못하다는 의미이다.

결국 재난예방 역시 불평등한 구조를 고려해 국가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

기후위기는 더 많은 재난을 가져올 것이기에 취약계층의 눈높이에서 재난대응체제를 마련하고, 다양한 재난을 대비하는 재난대응시스템을 구축하고 강화해야 한다. 모든 공공기관을 원스톱 시스템으로 연결해 적재적소에 투입할 수 있는 재단대비책을 강구할 때 국가도 국민도 안전한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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