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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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28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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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내내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드디어 멈췄습니다.

집집마다 빨랫줄에는 많은 옷들이 걸려 바람에 춤을 추었습니다. 윗집 7살 진석이는 또 오줌을 싼 것인지 빨랫줄 가득 이불이 널려 바지랑대가 휘청이며 힘겹게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동네 아이들은 며칠 동안 내린 비 탓에 텔레비전이 있는 읍내 만화가게에 가지 못해 몸살이 났었죠. 그래서 내일 만화가게에 같이 가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준범이는 걱정입니다.

다른 아이들은 최고 30원은 주머니에 넣고 가지만 준범이는 어머니가 집을 나가신 후 10원을 가져가기도 어렵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준범이네 집은 다른 집에 비해 그리 넉넉한 형편이 못되었습니다. 읍내 시장에서 짐을 나르는 아버지의 막노동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준범이는 몇 주째 벽에 걸려 있는 아버지 바지주머니에서 몰래 10원이나 20원을 꺼내 만화가게에 가곤했습니다.

만화를 보고 텔레비전에 빠져 있을 때는 모르는데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올 때면 머리위로 동그마니 뜬 달 속에 아버지의 얼굴이 보여 괜스레 마음이 답답해지곤 했습니다.

다음날 준범이는 만화가게에 가기 위해 아버지의 바지를 눈여겨 쳐다봅니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의 바지는 많이 해진 채 낡아 있었습니다.

드디어 준범이는 숨도 쉬지 않고 서서히 아버지의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다 뺐습니다.

손안에는 한 움큼의 약봉지와 약간의 동전이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며칠째 아버지는 쿨룩쿨룩 여름 감기를 달고 살았습니다.

준범이는 만화가게에서 자꾸만 만화책에 아버지의 쿨렁거리는 모습이 아른거렸습니다.

준범이는 자신도 모르게 보던 만화책을 덮고 집을 향해 있는 힘껏 뛰었습니다.

어느새 준범이의 얼굴엔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되어 자꾸만 눈언저리가 따꼼따꼼 아려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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