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이 되고 싶은 아이들
반장이 되고 싶은 아이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28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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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청원 옥포초등학교 교사>

우리 반은 모두 8명이다.

부모님과 같이 사는 어린이도 있지만, 우리 반은 조부모나 외조부모와 같이 사는 결손가정 아동들이다.

학기초 첫 만남의 날,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두려움과 주눅이 들어 있었다.

집안형편이 어렵거나 가족의 정이 부족한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들에게 엄마역할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모두가 반장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리고 아이들의 기를 살려주는 것을 올해의 목표로 정했다.

우리 반은 모두가 반장이 될 수 있다. 처음엔 큰소리로 발표를 잘하는 친구를 반장으로 다음은 책을 큰소리로 빨리 읽는 친구에게 반장을 시켜주었다. 책 읽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은지 아이들의 책 읽는 속도가 너무 느렸기 때문이다.

그 후 받아쓰기에서 가장 높은 점수 받은 사람도 반장이 됐고, 수학문제를 가장 빨리 풀고 답을 많이 맞힌 친구도 그날 반장이 됐다. 또 주어진 주제에 맞게 그림을 잘 그리고 색칠까지 해서 먼저 완성한 친구도 반장이 되었고, 만들기나 꾸미기 등을 창의적으로 해서 친구들의 본보기가 된 친구도 반장이 되었다.

글씨를 정성껏 잘 쓴 친구도 반장이 되었고, 받아쓰기나 수학에서 20점 맞던 친구가 계속 노력해서 80점을 맞으면 그날 반장이 되었고, 자기 책상주변 정리정돈을 잘 해도 반장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은 반장이 되고 싶어 뭐든지 열심히 한다.

화장실 가는 것도 잊어버리고, 점심시간도 잊어버리고, 쉬는 시간도 잊어버리고, 좀 더 열심히, 빨리, 창의적으로 더 잘해 보려고 애쓰는 꼬마천사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얼마나 예쁜가!

그리고 항상 "수고했어. 이보다 어떻게 더 잘해" 하시며 뭐든지 잘했다고 칭찬해 주시는 교장 교감 선생님, 학교일을 스스로 알아서 척척 해내는 선생님들, 텃밭에는 맛있는 채소를 가득 재배하여 퇴근길에 한아름씩 채소를 안겨주시고 울타리와 학교주변은 온갖 꽃들로 가꾸어서 마음까지 환하게 만드시는 기사님들까지. 모두가 한마음이다.

이보다 더 좋은 학교가 있을까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에 와서 즐거운 마음으로 보람을 느끼며 생활하는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이 행복한 마음이 아이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는 교사가 되어야겠다.

"아름다움과 편안함, 보람을 느끼고 싶으면 학교에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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