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현은경 간호사
故 현은경 간호사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2.08.08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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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세상을 밝게 비쳐주는 별. 안타깝게도 그 별, 또 하나가 졌다.

고(故) 현은경 간호사(50).

그는 지난 5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혈액 투석 전문병원 4층 화재 현장에서 질식해 쓰러진 채 발견됐다. 출동한 119 구급대가 급히 응급조치를 하고 이송했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화재 당시 병원에는 환자 33명과 의료진 13명 등 46명이 있었다. 대부분 환자는 혈액 투석을 받고 있었으며 당시 간호사 등 의료진은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복도와 진료실, 투석실에 연기가 차기 시작했다. 아래 3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가연성 물질이 타면서 유독가스가 윗층을 덮쳤다.

병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대부분 고령으로 중증 신장 장애로 투석을 받고 있던 환자들은 의료진과 출동한 119 구조대의 도움을 받으며 황급히 병원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끝내 5명이 살아 나오지 못했다. 혈액 투석을 받던 60~80대 환자 4명과 현은경 간호사다.

경찰과 소방서에 따르면 당시 간호사들은 혈액 투석장비의 관을 가위로 자르고 환자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 고참 간호사로서 마지막까지 환자들의 인명을 하나라도 더 구조하려다 끝내 환자들과 함께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은경 간호사는 한림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간호사다. 남편과의 사이에 1남 1녀 단란한 가정을 꾸리던 그는 사고 당일 저녁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아들(21)과 함께 가족 식사 모임이 예정돼 있었다. 또 이튿날은 친정 아버지의 팔순 잔치가 예정돼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대한간호협회(회장 신경림)가 현은경 간호사를 위해 홈페이지(http://www.koreanurse.or.kr/)에 온라인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나흘만에 동료 간호사와 가족 등이 1800여건의 추모글을 올렸는데 그 사연이 다 절절하고 눈물겹다.

“같은 간호사지만 고인과 같이 끝까지 환자 곁을 지킬 수 있었을지. 그 마음을 생각하면 하염없이 눈물이 납니다.”(이주애)

“화재 대비 교육을 늘 받고 시뮬레이션을 해보는데 정말 상황이 닥친다면 두려움을 떨치고 할수 있을까. 후배 간호사로서 숭고한 정신 잊지 않겠습니다.”(박수빈)

“같은 간호사로서 엄마로서 존경합니다. 숭고한 정신을 본받아 전문 의료인으로 이바지하겠다. 같은 간호사인게 영광입니다.”(박수미, 이다혜)

“불이 났을 때 간호사님 곁에 있던 분들에게 얼마나 힘이 되었을지 느껴지내요. 당신의 삶이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합니다.”(김용자)

“똑같은 상황이라면 저도 환자를 구하겠다. 좋은 곳에서 편히 쉬세요. 간호사라면 투석중인 환자를 두고 떠날 수 없었겠죠. 숭고한 정신을 현장에서 잇겠습니다.”(현정연, 안영선)

“후배 간호사들은 기억할 겁니다. 어떤 교육보다 몸소 가르쳐주시고 떠나셨네요.”(전미자)

“나라면 어떻게 할까. 손에 혈액투석기를 연결한 환자를 놓고 (살려고) 나갈 수 있을까. 힘든 순간 환자부터 생각하셨던 선생님을 잊지 않겠습니다.”(김영미, 김현진)

“고모!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너무 자랑스럽고 감사해요. 볼을 꼬집고 예뻐해주시던 게 너무 생생해요. 이렇게 멋진 간호사가 제 고모라는 걸 잊지않고 사명감 갖고 살아갈게요. 꿈에서 찾아와서 꼭 다시 만나요.”(현지민, 현수민)

가면 갈수록 점점 각박해지는 회색빛 물질 만능 시대. 고인의 숭고한 희생에 삼가 머리를 조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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