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에 바른 처방전 나오겠나?
오진에 바른 처방전 나오겠나?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2.07.31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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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2020년 11월 첫째 주 여론조사에서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은 거론된 대선 주자 가운데 첫 1위를 차지했다.

강력한 양강 구도를 구축했던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제치고 4위인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한참 뒤로 밀어냈다. 정치하겠다고 한 적도 없는 현직 검찰총장의 차기 대통령 직행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킨 결정적 지점이었다. 여당의 후보들에 맞설 후보 한명 없이 지리멸렬하던 야당과 보수진영에 구세주가 등장한 시점이기도 했다.

당시 논객들은 추미애 법무장관과 민주당을 검찰총장 지지율을 끌어올린 1등공신으로 꼽았다. 추 장관과 민주당은 정권을 수사 대상에 올린 윤 총장 축출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총장을 인사와 수사지휘권에서 배제시켜 허수아비로 만든 추 장관은 치졸하게도 특별활동비까지 문제 삼았다. “검찰총장이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쓰고있다”며 “대검 감찰부에 조사와 보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이 코너로 몰릴수록 지지율이 올라가는 역효과가 거듭됐음에도 공세의 수위를 높이기에 급급했던 무모한 전략은 총장에게 대권을 항해 날아오를 날개를 달아주고 유리했던 대선 판세를 일시에 역전시키는 최악의 자충수로 끝났다.

검찰총장 퇴출에 목을 맨 정권의 무리수가 지지율 역전의 요인이 됐지만 민주당 내부 진단은 달랐다. 핍박받는 영웅 행세를 하는 총장의 실체가 드러나면 그에 대한 동정론이 심판론으로 바뀔 것이라는 희망적 전망이 대세를 이뤘다. 당내에서는 “2017년 대선 1년 전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반짝 1등한 적이 있으나 얼마 후 사라졌다”며 “윤 총장이 제2의 반기문이 될 것”이라고 예측이 나돌았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못한 이 예상은 깨질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두달 만에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0%선이 무너지는 위기를 맞고 있다. 추락 속도가 국제적 관심사가 될 정도로 가파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윤 대통령이 험난한 정치적 밀월을 보내고 있다”며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미국과의 관계 회복과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그가 기울인 노력이 훼손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지지율 급락의 배경으로 인사 문제, 노동계 파업, 여야 갈등, 여당대표 자격정지 사태, 당대표 권한대행과의 문자메시지 파동 등을 줄줄이 열거했다.

국내 여론조사기관들의 원인 분석도 종합하면 대체로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인사와 불통으로 집약된다. 그러나 대통령의 오른팔 격인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의 판단은 영 다르다. 그는 “정책이 효과를 거둬 국민의 지지를 얻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민주당의 정치공세 탓도 크다”는 식의 분석과 함께 “대통령이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쭉 밀고 나간다면 올해 말부터 확연히 달라지는 국민적 지지가 올 것이라고 본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리고 나서 전임 정부와 민주당으로 총구를 돌렸다. “문재인 정부로부터 최악의 성적표를 물려받았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으면서 윤석열 정부가 무능해서 두 달 만에 민생경제가 악화한 것인 양 호도하고 있다”, “민주당의 편 가르기와 정치공세 때문에 지금 정부와 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등등. 오진에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리 없다.

여론조사에서 1위로 도약한 현직 검찰총장을 보고도 위기감 없이 안일하게 대응하다 실기한 민주당의 모습이 고스란히 오버랩 된다. 유권자들은 이미 실패한 죄로 심판받은 전 정권을 시시때때 핑계거리로 울궈먹는 집권당의 행태에 신물이 날 정도다. 지난 정권을 들먹이기 전에 여론을 제대로 읽지못한 불통과 옹고집으로 몰락을 재촉한 그들의 실패기부터 돌아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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