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다
봄을 기다리다
  • 심억수 시인
  • 승인 2022.07.3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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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엿보기
심억수 시인
심억수 시인

 

김애자 수필가의 수필집 `봄, 기다리다'를 선물 받았다. 수필집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봄의 서곡」, 2부 「귀로」, 3부 「고요하다」, 4부 「눈사람을 보내고」 등으로 40편의 작품을 담았다.

김애자 작가는 사십 대 후반인 1991년 월간 수필문학을 통해 문단에 데뷔했다. 작가는 서문에 수필, 한 우물만 팠다고 했다. 자신만의 패러독스에 묶이지 않고 자신과 이웃과 세상의 모든 생명이 지닌 생존의 본성과 그 가치를 문학적인 정조를 통해 옹호할 수 있어 글을 쓴단다. 팔순의 문턱에 닿고 보니 미래의 시간은 닫히고 침묵과 공백이 길어진다고 했다. 자신의 수필집이 삶에 지치고 외로운 사람과 슬픈 호흡으로 야위어 가는 사람에게 잠시라도 위로가 되고 때론 쉼터가 되기를 바라지만 이것도 과욕이라면 이마저 내려놓을 것이라 했다.

수필은 작가의 경험 세계를 사실에 가깝게 형상화하여 꾸미지 않은 생각과 가치관을 서정으로 풀어놓는 고백의 문학이다.

김애자 작가의 수필은 내용이 철학적이고 정서적 감동을 준다.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논리적이고 세련된 언어로 생명의 존엄과 희망을 담았다. 작품마다 작가의 주관과 사상이 잘 투영되어 있다.

표제작 `봄을 기다리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의 참상을 통해 인간성 회복과 생명에 대한 가치의 사유를 들려준다. 코로나로 인해 드러난 사회적 아픔을 희망의 계기로 성숙시키는 의식을 고취한다. 세월에 변화는 시대의 생활상을 탄탄한 문장과 구성으로 여성 특유의 감성을 표출하였다. 살아가는 모든 순간을 새봄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라는 작가의 말은 독자에게 생각의 문을 열게 하고 새롭게 세상을 보는 마음의 눈을 뜨게 한다.

`봄의 서곡'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부터 3월과 4월의 봄의 여정을 노래한다. 작가는 소리 내지 않고 봄의 소리를 듣는다. 드러내지 않고 봄을 화폭에 담았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의 고요한 화음을 만들었다. 그 화음에, 그 그림에, 그 소리에, 자신의 사유를 숨겨놓았다. 문체의 단아함과 생동감에 마음은 절로 싱그러운 봄이다.

`귀로'는 6·25 전란의 피난길에서 겪은 작가의 생존을 위한 절박한 심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치밀하게 묘사하여 강한 박진감에 마치 시골 밤길을 걷는 작가의 모습을 눈앞에 보는듯하다. 두려움에 떨며 어둠 속을 걷던 작가의 심경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6·25의 아픔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작가의 삶과 자아 성찰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고요하다'는 병상의 남편을 바라보며 삶을 반추하였다. 인생의 동반자 부군께서 병명도 모른 채 야위어 가는 아픔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실존에 의미를 잃은 시간은 무료하다는 작가는 뚜렷한 자신의 철학과 생활 속의 체험을 통한 사색을 담았다. 간결한 문장으로 생명의 메시지가 분명하게 담긴 작품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슬픔마저도 문학으로 승화하여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눈사람을 보내고'는 겨울 햇살에 녹은 눈사람을 통해 소멸 생성의 법칙을 들려준다. 생명에 대한 작가의 철학과 자성이 담겨있다. 작가의 내면에 존재한 삶의 향기를 눈사람이 아닌 제라늄 꽃에 디자인한 생명의 고귀함은 수필의 창의성과 예술성의 극치다.

김애자 작가의 삶의 연륜에서 우러난 내공의 문체로 격조 높게 그린 수필집 `봄, 기다리다'를 만나 행운이다. 작가의 생명 존중의 마음을 닮으려 나도 새로운 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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