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의 조건화에 대하여
가치의 조건화에 대하여
  •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장
  • 승인 2022.07.28 1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장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장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 대해 “저 사람은 참 자신만만해요. 그래서 두려움도 없이 무슨 일에든 바로 열중해요”라고 말한다. 그 곁에서 또 다른 한 사람이 “난 나를 사랑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당연하다고 믿습니다”라고 말한다.

그 둘은 또 이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저 사람은 두려움이 많아요. 그래서 선택 앞에서 늘 물어봅니다. 어찌 보면 우유부단해 보이기도 하고요”라고. 그러면 다른 한 사람이 “난 내가 늘 부족하다고 느껴요. 우유부단한 건 아닌데…” 라고 말한다.

우리가 종종 말하는 자기사랑이 타인(일반적이지 않은, 특히 겸손한 사람들)에게는 자만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은 자신은 아주 일반적이고 보통의 사람들 범주에 놓고 나와 다른 사람에게 그 기준을 맞추게 된다.

그 둘을 보며 나, 관계, 가치의 조건화, 두려움, 자만, 어린 시절 등의 단어들이 떠올랐다.

두 사람의 경우 어린 시절, 존재만으로 누구에게도 존중받았던 경험이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은 자기존중을 얻을 기회를 잃었고 자기 존중을 얻기 위해 자신의 가치를 조건에 맞추기로 했을 것이다. 한 사람은 자신을 가장 낮은 자리에 두며 자신의 역할을 최소한으로 축소했고 또 다른 한 사람은 모두를 끌어안으며 자신의 역할을 넓히며 모두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려했다. 두 사람은 내사된 가치의 조건화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림책 `줄무늬가 생겼어요/데이비드 섀넌/비룡소'에는 주인공 `카멜라'가 나온다. 아마도 `카멜라'는 예쁜 옷을 입고 등교할 때마다 친구들에게 관심을 받았나보다.

아동기에 가장 의미 있는 대상인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존중 받고 싶은 마음이 예쁜 옷을 입어야만 사랑받고 관심 받는다는 가치를 만들었다. 새학기가 된 첫 날 아침, 옷장을 둘러봐도 입고 갈 옷이 없다. 그래서 학교에 등교하기가 싫어진다.

`좋은 옷을 입고 가지 않으면 관심 받지 못할 거야. 친구들은 날 싫어할 거야.' 이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열이 나고 몸에는 줄무늬가 생긴다. 카밀라의 몸에 생긴 선명한 여러 색깔의 줄무늬는 카밀라 마음 안의 갈등을 보여주는 것 같다. 부모도, 의사도, 선생님도, 연구자도, 철학자도, 약도. 누구도 줄무늬를 사라지게 할 수 없다. 오직 `카밀라'만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욱콩을 먹는 것으로 내적 갈등(친구들은 아욱콩을 싫어해. 내가 아욱콩을 먹으면 촌스럽다고 친구하지 않을 거야.)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이전의 몸으로 돌아온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인간을 충분히 기능하는, 기본적으로 신뢰로운 존재로 보았다. 카밀라가 억누르고 있던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는 순간, 아욱콩이 먹고 싶다고 말하는 순간, 기다리던 방문객은 이렇게 말한다. “그래, 네가 거기 있을 줄 알았어.”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내 안에 있다.

인간은 특별한 존재로서 타인과 다르고 싶어 하면서도 그것을 두려워하는 존재다.

서로가 너무 달라 힘들다고 말하는 두 사람이 있지만 그들은 같은 문제로 힘들어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며 사는 사람들은 쉽게 지치지 않고, 마찰이나 갈등으로 부터 자유롭다. 하지만 내사된 가치의 조건화를 가진 사람들은 자기실현을 위해 가는 길에 내사된 가치로 인해 많은 갈등과 마찰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우리 안에 존재하면서 나다움을 잃지 않기가 중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