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예마스터십 중단 선언과 파장
세계무예마스터십 중단 선언과 파장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2.07.25 1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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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충북의 축제 중 하나인 세계무예마스터십이 진퇴의 기로에 섰다.

이시종 전 충북도지사가 야심 차게 추진해왔던 국제행사가 민선 8기에 들어서며 중단 위기를 맞은 셈이다.

지난 25일 김영환 충북지사는 확대간부회에서 무예와 관련한 모든 일정과 행사에는 도의 예산과 인력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중단 이유로 도의 재정 능력과 국제행사에 대한 도민 공감 부족을 꼽았다.

충북도가 이 행사를 지속하기엔 모든 상황이 역부족이라는 부연 설명이다.

갑자기 터져 나온 뉴스지만 세계무예마스터십에 대한 지원 중단 선언은 이미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김 지사는 후보 시절부터 이 행사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재검토를 시사한 바 있어 사업의 지속성이 쉽지 않으리라 관측되었다.

하지만 중단 선언은 갑작스러웠다.

올해 행사의 성과를 분석한 뒤 내년에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당장 지원 중단을 선언한 배경에는 충북문화재단의 창립 11주년 기념행사 공연에 대한 지역예술인들의 불만이 불을 댕겼다.

무예를 주제로 한 지역공연에 2억원이라는 큰 예산이 책정되었음에도 지역예술인들은 사업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가 공개되면서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충북 연극계에서는 입장문을 통해 충북문화재단 창립 11주년 기념공연에 지역예술인들은 철저히 배제되는 사태에 대해 충청북도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며 화살을 돌렸다. 충북문화재단이 진행하는 공모사업의 기본적인 규정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은 물론, 특정 지역과 특정 인물을 위한 사업 예산이라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결국 그렇지 않아도 마뜩찮았던 행사인데 지역예술인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지원 중단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세계무예마스터십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중국유학생페스티벌까지 중단의 뜻을 내비치면서 지역축제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중국유학생 축제에 대해 실효성 여부를 제기하면서 당장 9월 개최를 앞둔 유학생 페스티벌은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게 됐다. 물론 여지를 남겨두었지만 축제를 준비하던 이들은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이런 배경 못지않게 그동안 충북도가 추진해온 지역축제가 사전에 아무런 진단도 없이 중단이라는 말로 꺾이는 것 아닌지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지역 축제나 행사 모두 경제적 수치로 환산할 수만은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산적한 민생 문제를 해결하고 선거과정에서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최대한 민생과 무관한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김 지사의 말도 지역예술을 생각하면 공감하기 어렵다.

문화가 산업이 되는 시대라고 그토록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가장 먼저 손절하는 것이 문화사업이라면 지역문화는 설 자리가 더 좁아진다.

민생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논리만으로 지역 축제나 행사를 가볍게 진단해선 안 된다.

아무리 경제가 위축되더라도 분야마다 순환되어야 할 것들이 있다.

충북도의 문화예산이 전체 예산에 2%로 되지 않는 열악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늘려야 할 분야가 문화다.

그래서 단순히 예산 절감 차원이나 전임자의 사업이란 이유로 중단하기에는 섣부른 것이다.

지역문화와 예술은 축제와 행사가 펼쳐질 때 더 빛난다. 자긍심을 높이는 것도 문화의 힘이다. 당장의 반발 여론에 사업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잘된 점과 개선할 점, 잘못된 점 등을 세밀하게 조사하고 진단해 지속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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