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양성·균형발전 함께 가야
인재양성·균형발전 함께 가야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2.07.2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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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호남·영남·충청·강원·제주 둥 비수도권 사회단체들이 지난 20일 합동 성명서를 냈다. “정부의 반도체 인재 양성방안은 지방대학을 다 죽이는 정책”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수도권 대학의 정원 증원 허용으로 비수도권 청년들의 수도권 유입이 가속화 해 지방대학을 위기로 몰아 넣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반발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교육부는 과학 기술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때 존재 의미가 있다”며 반도체 인력 양성을 설파할 때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당시 장관은 “대학정원 규제 때문에 쉽지않을 것 같다”고 했다가 “규제 운운하며 책무를 회피하는 교육부는 폐지돼야 한다”는 질책을 당했다. 수도권 대학 정원규제는 규제라기보다는 정책에 가깝다. 크게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발전 정책의 일환이고, 작게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상생 정책의 일환이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얄팍한 재정, 열악한 교육 인프라 등으로 학생을 받지못해 사경을 헤매는 비수도권 대학의 존립을 위해 대학의 정원 자율권을 회수하고 엄격한 규제장치를 마련했다. 수도권 대학의 정원 증원은 철저히 통제됐고 지방대학은 구조조정 차원에서 정원 감원을 요구받았다. 이 정책은 지방대학, 특히 중소도시에 자리한 사립대학들의 수명을 연장하는 유일한 생명유지장치로 작동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10년간 반도체 인재 15만명 양성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 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하며 지방대학이 의존해온 이 버팀목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 기간에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인력 12만7000여명을 대학정원 확대 등을 통해 양성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원 증원에 요구됐던 까다로운 규제들이 모두 철폐되고 필요한 최소 교원만 확보하면 반도체 관련 학과 신·증설을 할 수 있도록 문턱을 크게 낮췄다. 기업과 연구소 등 현장 전문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교원 자격요건도 완화했다.

교수인력·기업·연구소 등이 수도권에 집중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펼쳐질 반도체 학과 유치 경쟁에서 승자가 누가 될지는 뻔하다. 근근이 확보해온 신입생들마저 수도권에 빼앗기게 될 지방대의 고사 속도는 빨라지게 된다. 자립능력 없는 대학은 솎아내겠다는 지방대 구조조정이 목적이라면 유효한 정책일 수 있겠으나, `죽어가는 지방을 살리겠다'며 대통령이 공약한 균형발전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중소도시에서 대학은 지역경제, 특히 서민경제를 지탱하는 젓줄이다. 그 곳에서 대학촌은 젊은이들의 활기를 체감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재촉한 지 불과 43일만에 수립된 정부의 인재 양성계획은 균형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만 받는 게 아니다. 교수와 교육장비·시설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서울대만 해도 반도체 전문 교수가 10여명에 불과하고 시설도 낙후돼 있다고 한다. 규제 해제로 급증할 반도체 학과 신설 대학들이 이 문제를 감당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10년간 반도체 산업이 매년 5.6%씩 성장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확신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낙관적인 가정을 전제로 한 대규모 인력 양성정책이 어긋날 경우 졸업생 취업난 등 야기될 문제도 가볍지 않다.

정부는 이런 지적들을 두루 수렴하며 반도체 인재 양성정책을 재설계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죽어가는 대학, 그 시한부 동아줄이라도 잡아야 하는 지방의 절박한 처지를 반영해야 한다. 투자 역량과 의지를 갖춘 비수도권 대학에 우선 기회를 주는 방식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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