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와 성장이 보다 균형 잡힌 충북
소비와 성장이 보다 균형 잡힌 충북
  • 지정구 한국은행 충북본부 기획조사팀장
  • 승인 2022.07.24 16: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지정구 한국은행 충북본부 기획조사팀장
지정구 한국은행 충북본부 기획조사팀장

 

나무위키에 찾아보니 “우리 집에 금송아지 있다”는 과거 어린 아이들이 자기 집을 자랑할 때 자주 사용하던 어구라고 소개되어 있다. 또한 이 뜻에서 발전하여 자랑이 지나친 사람을 비아냥거릴 때 사용되는데, 누군가 허풍에 가까운 자랑을 하면 “우리 집에도 금송아지 있다”고 맞받아친다. 무엇이 되었든 금송아지는 부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집에 금송아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의 소비수준이 금송아지 1마리 밖에 없는 사람의 소비수준보다 낮다면 누가 과연 행복한 것일까? 후생경제학은 명칭에서 볼 수 있듯 개인 또는 사회의 후생(행복)을 다루는 경제학의 한 분야다. 이때 후생은 집에 있는 금송아지 개수로 측정되지 않고, 소비와 여가로 측정된다. 즉, 아무리 돈이 많아도 돈을 잘 사용하지 않고, 시간을 잘 즐기지 않으면 실제로 썩 행복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물론 우리나라 1960~80년대처럼 당장의 소비를 잠시 희생하고 향후의 소비를 위해 절약하고 저축을 했던 것은 절대 비난받을 수 없다. 인간은 오늘만 살고 내일 죽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생(life-time) 소비의 증대를 위해 현재의 소비를 당분간 줄이는 전략을 택하였던 것이기 때문이다. 충북의 전략도 상당히 유효하였다. 수도권 규제, 그리고 지자체 및 지역민의 노력으로 충북도는 2000년대 이후 다양한 생산시설 투자 유치에 성공하였고, 이를 통해 높은 수준의 지역내총생산(GRDP)이라는 열매를 맺어왔다.

문제는 2020년대를 살고 있는 우리 충북지역 정책의 무게중심이 최근까지도 여전히 생산측면의 투자와 성장에 과도하게 쏠려있다는 점이다. 이미 사회구성원들은 금송아지보다 행복, 재미(fun) 그리고 여가에 더욱 큰 가치를 두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에 지역정책의 무게중심을 더 늦기 전에 일부라도 소비자에게 옮길 때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금 더 간단하게 표현하면 지역민의 소비 및 여가 만족도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유통, 문화, 서비스업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효과를 간단히 살펴보자. 소비자가 고품질의 소비와 여가를 누릴 수 있도록 각종 유통 및 서비스 그리고 문화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당연히 지역민의 후생수준(행복 또는 만족도)은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효과가 여기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 중심의 정책으로 실제 지역 민간소비가 증대되면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를 통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지역경제가 더욱 성장할 수 있다. 굳이 경제이론을 가져다 쓰자면 케인즈(Keynes)가 주장하는 확장 균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지역 사업체 경영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 중에 하나가 인력난인데 매력과 재미 그리고 소비와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충북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소비자 위주의 정책 전환은 이러한 인력 유치의 어려움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2020년 기준 충북의 1인당 실질 민간소비지출은 1450만 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이다. 낮다는 것 자체만으로 좋고 나쁨을 따질 수는 없다. 충북지역의 높은 고령화 비중, 지역민의 높은 저축성향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서술하였듯이 지역 정책의 무게가 소비자 편으로 조금씩 옮겨질 때 소비와 생산이 조금 더 균형이 잡힌, 그래서 지금도 좋지만 더욱 살기 좋은 충북으로 변모될 것으로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