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알 수 있을 거야!
다만,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알 수 있을 거야!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2.07.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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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지나온 삶을 되돌아본다는 것! 현재와 미래를 위한 의식이다. 과거의 편린을 모아 지금을 정리하는 것이니 현재를 위한 것이고, 내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으려는 방편으로 삼으니 `되돌아 봄'은 분명 미래로 향하는 길이다. 그 길 중심에는 `타인이 되어 나를 보는 내'가 있어야 한다.

관조하듯 나의 삶을 본다는 것, 선인들의 글에도 있듯 쉽지 않다. 오죽하면 고대 그리스 아폴론 신전에 `너 자신을 알라!'고 새겨 넣으며,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에 대해 먼저 인지하길 경고까지 했겠는가. 그 힘든 길, 시간이 새겨놓은 지혜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책과 함께 나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사이의 길을 따라 산책을 하며 나를 만나 보자.

책을 펼쳐 그 문을 열고 산책을 나서면 먼저 다녀간 이들과 지금을 살아 내고 있는 이들의 낯선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중 나의 신념에 더하기를 하거나 빼기를 하며 의지를 다지게 하는 책에 대해서는 의미를 부여하고 `책 스승님'으로 삼기도 한다. 그 책의 내용을 어디까지 담을 수 있을까. 전부 기억해야 한다면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을 것이다.

취할 것과 버릴 것의 선택은 지난날 `나'의 습관과 앞날의 기대감에 적합한 기준을 적용하면 그나마 쉬이 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어디로 가게 될지 아는 사람은 없다. 책 속의 주인공을 따라 어디든 가 보는 거다.

옛이야기 속에서 보편성을 찾기도 해 보고, 지금·여기·일상의 이야기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시인의 마음속에서 음률 섞인 단어 한 줌 집어 오고, 환상의 나라에서 용기와 해방감을 맛보며 주인공 따라서 가 보자. 그런다고 내가 서 있는 흐릿한 언저리가 금세 선명해지진 않을 것이다. 다만 어디쯤 왔는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의 텍스트들은 간혹 세찬 바람이 되어 내가 알고 있던 `믿음'을 흔들어 대기도 한다. 이리저리 흔들리며 그간 외면했던 이면을 마주하는 시간은, 작가와 대화 속에서 내일로 향하는 단초를 찾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미간에 힘 빼고 귀 기울이면 듣게 되고, 알게 될거다. 살아오며 내가 둘러친 울타리 안에서만 허둥댔음을 알게 될거다.

괜찮다며 나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하는 소리를 듣기도, 잘했다며 머리를 쓰담 쓰담 해 주는 손길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그 힘을 받아 우리는 미래를 향해 달려가지만 삶이 어디로 가게 될지, 얼마나 멀리 가게 될지 알지 못한다. 허나 멀리 가려면 천천히 조금씩 가야 한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길에 우리는 글 텍스트가 있는 책, 삶의 시간과 지혜를 품고 있는 사람 책 등 여기저기에 꽂혀 있는 책을 만나게 된다. 등불을 켜고 그 책의 문으로 들어가 산책을 즐기다 보면 새로운 세계를 만나기도 하고 무례하기도, 모호하기도 한 세계를 만난다. 그 길에는 지금을 사유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지만 다음의 때를 기다리는 세계도 있다. 그 세계는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좋을 때도 있다. 그 세계는 긴 시간이 지나도 그 빛은 변하지 않으니 말이다.

모든 일에 갑자기 떠오르는 건 없다. 어딘가로부터 다가오고 있는 걸 모를 뿐이다. 다가오고 있는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무슨 말을 할까. 지금의 내가 버리지 못한 책의 한 구절을 가슴 한편에 끼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기 위한 `나'라는 길을 느긋한 기분으로 한가로이 거닐어 보자. 그리하면 다만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ps : 에 들어 있는 글입니다. 거기에 필자의 생각을 버무려 쓴 글임을 명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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