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고… 사기치고… 차단장치가 없다
빚내고… 사기치고… 차단장치가 없다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2.07.20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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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탕주의' 도박에 빠진 MZ세대
충북 중·고생 10.8% `도박 위험' … 4.1%는 `문제군'
온라인 접근 용이 … 불법 스포츠 토토·카지노 빠져
예방교육 시스템 `미미' … 지자체 등 대책 마련 시급
/그래픽=뉴시스
/그래픽=뉴시스

 

# 충북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A군(17)은 최근 2년 동안 스포츠 배팅과 사다리 게임 등 도박에 손을 대면서 2000만원을 날렸다. 중학교 3학년대 친구의 권유로 도박 사이트에 가입한 뒤 도박에 빠져 부모 지갑에 손을 대기도 했다. 결국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고거래 사이트에 허위 매물을 올려 돈을 가로채는 불법을 저질렀다.



# 충북에 사는 직장인 B씨(32)는 6년 전부터 주식과 코인, 코인옵션을 단기투자하며 한때 빚이 2억5000만원까지 불어났다. B씨는 처음 코인을 시작했을때 이틀만에 10배 수익을 내자 큰 돈을 벌수 있겠다고 생각해 주변에서 돈을 끌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사채에 손을 대면서 이혼까지 했다.



충북지역 20~30대 젊은 층의 도박 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탕주의에 빠져 삶의 목표가 돈이 된 것도 모자라, 정상적인 생활을 못할 정도로 망가지고 있다.

20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세종충북센터에 따르면 충북도내 중·고교생 7만255명 중 도박 위험집단 비율(2018년 기준)이 10.8%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문제군은 4.1%로 전국(평균 1.5%)에서 가장 높았다. 문제군은 반복된 도박 경험으로 심리·사회·경제적 폐해가 심각한 상태를 뜻한다.

도박 경험은 있지만 수준은 경미한 위험군은 6.7%로 집계됐다.

도박 중독이 심해지면서 전문상담시설인 도박문제관리센터를 찾는 청소년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3년간 도박 관련 도내 청소년 상담 건수는 408건으로 매년 증가추세다.

도박 중독은 청소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성인의 경우 도박으로 인한 경제적 폐해가 더욱 심각하다.

2021년 한 해 동안 센터를 찾은 성인 290명 가운데 105명(36.2%)이 도박 때문에 1억~3억원을 탕진했다. 5억~10억원을 잃은 성인도 19명이나 된다.

1인당 평균 약 1억3000원을 도박으로 날렸다.

이처럼 도박 문제가 심각해지는 원인으로는 `접근성 향상'이 지목된다. 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쉽게 불법 스포츠 토토 등 다양한 도박에 접할 수 있어서다.

문제는 접근을 차단할 장치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도박 중독이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진다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10월 청주에서는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문제집이나 온라인 강의 계정을 공유한다고 속여 90여명으로부터 3450만원을 가로챈 대학생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음성에서도 바카라를 비롯한 카지노 도박에 빠진 고등학생이 중고 물품 사기를 벌이다 입건돼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세종충북센터 관계자는 “도박 문제 관련 예방 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라며 “지자체 차원에서도 도박 문제 예방에 필요한 별도의 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의 경우 발달 과정에 따라 시기별로 교육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 마련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주현기자

jh201302@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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