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는 그대에게
길을 묻는 그대에게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2.07.2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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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세상살이와 인생살이에는 수많은 길이 있습니다.

곧은길이 있는가 하면 굽은 길이 있고, 탄탄대로가 있는가 하면 가시밭길이 있습니다.

대낮처럼 환한 길이 있는가 하면 칠흑 같은 깜깜한 길이 있습니다.

이정표 없는 갈림길에서 어디로 갈지 고민하기도 하고, 미로에서 헤매기도 합니다.

지름길이 있는 걸 모르고 힘들게 멀리 돌아가기도 하고, 때론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나 뒷걸음치기도 합니다.

의기양양하게 걸을 때도 있지만 살얼음 걷듯 걸을 때도 있습니다.

그게 바로 인생이고 인생길입니다. 어느 길을 가느냐에 따라서 삶의 족적이 달라지는 길은 방향이자 선택인 인생항로입니다.

그 길이 복잡다단해서 삶이 재미있기도 하고 고단하기도 합니다.

생김새가 다르듯 가는 길도 다르고 가는 모습도 각기 다릅니다.

각자 타고난 운명대로 가고, 가치관과 처한 환경에 따라 달리 갑니다.

그 인생길에 멘토가 있습니다.

부모와 스승과 성직자들이 그렇고 좋은 친구와 배우자와 선배가 그렇습니다.

디딤돌이 되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훌륭한 멘토를 만나는 건 여간 큰 축복이 아닙니다. 속된 말로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겁니다.

같은 길도 언제, 어떻게, 누구랑 가느냐에 따라 가성비가 달라집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듯이 인생항로에도 변화무쌍한 날씨가 있고 절기가 있습니다.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걷이를 하듯 인생길에도 씨 뿌리는 시기가 있고, 가꾸는 시기가 있고, 열매 맺는 시기가 있습니다.

그 인생길에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노잣돈과 운신에 지장이 없을 만큼의 건강과 외롭지 않을 만큼의 길동무가 있고 여정에 쉼표와 느낌표가 더해지면 금상첨화입니다. 그 길에 행복과 축복이 노닙니다.

등산길에 할딱고개가 있듯이 인생길에도 할딱고개가 있습니다. 할딱고개는 고비입니다. 고비를 잘 극복해야 피안에 당도할 수 있습니다. 하산 길에 사고가 많이 나는 것처럼 인생길도 막바지에 변고가 많이 납니다. 정치가 그렇고, 사업이 그렇고, 결혼생활 등 일상사가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잘 나갈 때일수록 고개를 숙이고 욕심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긍정적인 사고와 욕심의 절제와 이타적인 처신을 하면 인생길이 수월하고 말년 운도 좋습니다.

그렇게 산 이와 그렇지 않은 이의 삶의 대차대조표는 명징합니다.

좋은 친구와 길을 나서면 먼 길도 힘들지 않습니다. 북풍한설도 거센 파도도 거칠게 없습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처럼 여정에 함께 할 길벗이 있다는 건 달리는 자동차에 연료가 가득 들어있다는 것과 진배없습니다.

맹모삼천지교가 웅변하듯이 환경도 중요합니다.

노는 물에 따라 사람의 품성과 자질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치열성과 독창성이 전제되는 분야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에 거저 되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야 좋은 친구가 생깁니다.

험로를 헤쳐가려면 불퇴전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처럼 실패와 시련을 딛고 거듭나게 하는 에너지가 바로 정신력입니다.

내비게이션이 없는 인생길입니다. 그러므로 가야할 길과 좌표를 자신이 설정하고 담대히 가야 합니다. 남이 대신 걸어줄 수 있는 인생길이 결코 아닙니다. 더욱이 한번뿐인 인생길입니다.

아무튼 세상은 꿈과 희망을 건저 올리는 길손들의 부단한 행로로 인해 유지되고 진화합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저마다의 추억이 되고 역사가 됩니다.

인생길 예서 머물러있을 수 없습니다. 지나온 길을 반추하며 묵묵히 그리고 즐겁게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아직도 소풍길이 남아있음을 축복이라 여기며 자족하며 감사하게 살다 가는 겁니다. 나도 그대도.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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