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그에서의 청운의 꿈
헤이그에서의 청운의 꿈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2.07.1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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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7월이 되면 6년 전 이 순간 여름을 잊게 할 정도의 선선한 날씨와 함께 이법위국(以法爲國)의 꿈을 불태웠던 네덜란드에서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2016년 여름 박사논문을 위한 외국문헌을 구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고, 큰 무대에서 국제법의 현안과 동향을 배우기 위함이며, 국제법의 수도이자 국제법의 역사가 살아 있는 도시로의 여정을 해보고 싶었던 것도 목적이었습니다.

헤이그. 국제법의 수도, 네덜란드의 정치수도 및 사법수도로 불리는 곳입니다. 국제법의 아버지인 그로티우스의 출생지이면서 국제연합(UN)의 최고사법기구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소재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는 국제사법재판소가 자리한 평화궁(Peace Palace)에서 매년 다양한 국제법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그중에서 7월 한 달 꼬박 열리는 국제법 연구자 썸머코스가 제일 유명합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200명의 연수생 중 본인을 포함 단 2명만이 한국인이었다는 사실이 자주 오버랩 되고, 여전히 충격적인 사실입니다. 중국인 연수생이 30명, 일본인이 10명, 이란이 9명, 이스라엘 7명, 라트비아와 인도네시아 등의 나라도 복수의 연수생을 보냈습니다. 한반도의 역사와 정세, 열 번째 정도의 국력을 고려하면 우리의 국제문제 해결을 위해 바람직한 현실은 아닙니다.

1907년 두 달에 걸쳐 이역만리의 헤이그 땅을 밟고도 평화궁에서 개최된 제2차 세계평화회의에 참가하지 못하고 일본의 만행을 규탄하지 못한 회한에 숨을 거두신 이준 열사께 면목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제법은 각 주권국가의 국익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의 조화점이기 때문에 국제법의 부지(不知)는 우리의 아픈 역사를 잊게 만들고, 결국 Hard Power와 Soft Power를 더한 국력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커다란 장애가 됩니다.

연수 당시 헤이그 뿐만 아니라 작은 국토의 곳곳을 누빌 수 있었던 것은 일과 가정을 잠시 뒤로 미루고 한 달이라도 그토록 가고 싶어했던 헤이그를 과감히 보내준 아내와 최고 수준의 국제법 인프라를 경험하고 싶어한 열정 때문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말로는 가치를 평가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통해 청운의 꿈을 품게 되었습니다. `헤이그에서 이법위인(以法爲人)을 꿈꾸다'. 이법위인이란 법으로써 사람을 위한다는 말인데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만든 사자성어입니다. 이법위국은 법을 통해 국가를 위한다는 말인데 결국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므로 이법위인은 법의 존재목적과 법률가의 역할을 모두 담고 있습니다. 그 뜻이 정말 좋아 제 신념으로 삼고 즐겨 씁니다.

군문(軍門)을 마친 후로 헤이그에서의 여정이 제가 가장 날씬했을 때입니다. 기차와 트램이 발달한 여느 유럽의 도시처럼 주요 구간을 대중교통을 이용한 외에는 헤이그 구석구석을 걸어서 이준 열사 기념관과 같은 역사의 아름다운 유산들을 체감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백야(白夜)와 함께 대서양을 마주했고, 외교관을 지망하는 일본인 친구와 홈스테이의 방짝이 되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한때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였기에 인도네시아인들이 유독 많아 친구가 되었습니다. 보통은 잘 모르지만 레이덴대학 외에도 암스테르담대학과 위트레흐트대학도 유수의 명문대학으로 손꼽힙니다.

우리가 정말 배울 게 많은 네덜란드입니다. 법과 정치 사이에 서 있는 제 현실에서 헤이그를 다시 찾는다면 오래도록 머물면서 청운의 꿈을 되묻고 돌아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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