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등바등 살아온 국민들은 바보였다
아등바등 살아온 국민들은 바보였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2.07.19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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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윤석열 정부가 2030 청년들이 빚투, 영끌로 진 은행 빚을 탕감시켜줘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금융대책을 발표했다.

부실채권을 매입해서 최대 20년까지 장기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뿐 아니라 이자도 감면해 주고 90일 이상 연채 된 원금은 90%까지 탕감해 준다고 한다.

진짜 어처구니가 없다. 고작 20대, 30대 나이의 청년들이 벌써부터 빚에 허덕이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판에 무작정 빚을 갚아주겠다는 정부의 대책이 온당하고 타당한 건지 따져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설령 가정형편이 정말 어려워 학자금 대출을 받고 졸업했는데 취업이 되지 않아 당장 빚을 갚지 못해 위기에 처한 청년, 은행 대출을 받아 창업에 도전했는데 코로나19 등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빚만 지게 된 청년 등 불가피하게 빚을 지게 된 딱한 청년들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금융대책은 불가피한 사정으로 빚을 져 절박한 상황에 처한 청년들에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일부러 빚까지 내서 개념 없이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 위험자산에 투자했다가 탕진한 청년들의 빚까지 다 갚아주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게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고 정상적인 국가의 금융 정책인지 개탄스럽기가 하늘을 찌른다.

대한민국은 자유와 평등을 원칙으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다. 투자를 하는 것도 자유이고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도 자유다. 이 모든 자유는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보장돼 있다.

다만 투자를 했다가 돈을 날리고 빚을 진 책임은 당연히 본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고, 그 책임은 청년이라고 해서 열외가 될 수 없는 것이 국민적 상식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단 한 번도 개인이 빚을 진 것에 대해 국가가 이렇게 까지 무모하게 책임져 주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고, 가정이 파탄 나고, 심지어 감옥살이까지 해야 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나라가 먹고 살만해지자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빚을 갚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을 위한 국민행복기금 정책을 추진해 약 56만 명의 서민계층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적이 있다.

앞선 문재인 정부에서도 햇살론 등 서민들이 낮은 이자로 빚을 갚을 수 있는 금융정책을 추진하면서 수많은 국민들이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2030 청년 빚 탕감 대책은 앞선 정부의 서민금융정책과는 너무나도 판이하고 이해 못할 정도로 괴기하다.

청년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고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는 것은 돈을 벌고 싶어 자신이 판단하고 선택한 일이다. 이로 인해 돈을 벌었다면 자신의 선택이 옳았기 때문이다. 또한 돈을 모두 잃고 빚을 졌다면 그 역시도 자신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이고 이에 따르는 고충 역시 자신이 떠안아야 할 책임이다.

그런데 이번 정부는`청년들은 이 나라 미래의 핵심'이란 명분을 내세워 빚 내서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고, 주식에 투자하고,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망했어도 국가에서 책임지고 빚을 갚아 주겠다고 한다.

과거 청년 시절에 은행 빚 얻어서 조그만 가게 하나 장만하고 빚쟁이가 되지 않으려고 먹고 싶은 것 못 먹고, 사고 싶은 것 안 사고, 원금 이자 따박따박 갚아가면서 아등바등 살아온 대한민국 국민들은 모두 다 바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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