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에서 ‘횡령’을 바라보다
공직에서 ‘횡령’을 바라보다
  • 양태환 청주 봉명2송정동행정복지센터 주무관
  • 승인 2022.07.1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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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환 청주 봉명2송정동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양태환 청주 봉명2송정동행정복지센터 주무관

 

횡령 사건이 잊을만하면 뉴스에 오른다. 1990년대 외환위기, 2000년대 금융위기를 거쳐 2020년대 코로나19 위기까지 경제적 어려움이 커질 때마다 횡령에 대한 유혹은 커지고 있다.

특히나 요즘은 돈을 벌어도 내 집 마련은 힘들다는 판단에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과감히 행동하는 이른바 `한탕주의'가 맞물리는 모양새다.

올해 초 모 임플란트 회사의 재무관리 직원이 회삿돈 2215억 원을 빼돌린 사건, 사기업과 은행, 심지어 관공서에서도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횡령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기업과 관공서는 피해자라고만 볼 수 없다. 직원 관리에 소홀해 직간접적으로 주주, 고객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뉴스를 통해 접할 수 있는 횡령 사건에 대한 판결이나 양형기준은 형량에 비례하지 않거나 사회적 민심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보니 처벌이 미미해 잘못된 인식을 사회 전반에 심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횡령 사건의 발생 이유 중 하나를 개인의 일탈, 도덕성과 직업윤리의 부재로 꼽았다. 이러한 이유로 개인이 돈을 훔치고 회삿돈을 빼돌려 사회 구성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도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들은 횡령의 모든 과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을 상상하면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또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 모두가 범죄의 길로 빠지는 것도 아니기에 도덕성과 직업윤리 없는 그들의 모습에 일말의 동정심도 느껴지지 않는다.

공직 업무를 수행하면서 드는 생각은 횡령이라는 것이 우리가 항시 관리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직사회에서는 업무와 관련되어 있다면 세금이 쓰이지 않는 곳이 없기에 공무원은 앞서 말한 도덕성과 직업윤리가 더욱더 많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이 횡령을 저질러 적재적소에 쓰여야 할 예산에 구멍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국민들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정작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기업의 고객와 다를 바 없는 처지가 되고 우린 피해를 준 회사와 같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일련의 횡령 사건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나는 공직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며 나를 스스로 되돌아보고 나의 마음을 다잡게 된다.

`범죄자들을 관리하지 못한 회사와 시스템 탓', `가해자의 처벌이 약한 탓'만 해서는 횡령 사건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자신부터가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고 횡령을 하지 않을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전에 횡령을 예방할 자세를 갖춰야 이 `대횡령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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