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한 모금, 풍경 한 모금
바람 한 모금, 풍경 한 모금
  • 임현택 전 괴산문인협회 지부장
  • 승인 2022.07.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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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임현택 전 괴산문인협회 지부장
임현택 전 괴산문인협회 지부장

 

요란한 장맛비가 오락가락한다. 푸른 물이 쏟아질 듯 청명한 비 갠 주말, 장마철 중 선물이라도 주듯 뙤약볕이 쏟아지는 틈을 타 산행 길에 올랐다. 구불구불 좁은 오솔길, 물기를 머금은 나무와 식물들은 파랗다 못해 짙푸른 자태를 한껏 뽐내는 천상의 화원이다. 시원스레 산들바람이 온몸을 휘감아 돌고 일행은 솔향기에 취한 듯 발걸음을 멈추고, 소나무 그늘에 빙 둘러앉아 자연을 만끽했다. 그때 그늘로 우거진 계곡 언저리, 유난히 푸르게 자라는 식물에 감탄사를 쏟아내며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무릇 커다란 나무 아래는 그늘 때문에 식물이 잘 자라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산을 활짝 편 것처럼 푸른 잎을 짝 펴고 당당하게 숲 속을 꽉 채우고 있는 관중(貫衆)이 시선을 모은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회오리바람이 나선 모양으로 빙빙 도는 착시를 일으킬 정도로 힘차게 활짝 펴 이파리를 젖히고 있다. 고사리이파리를 닮은 듯한 식물, 솜털을 이고 여린 순을 돌돌 말고 피어나는 새순은 아기가 주먹을 꼭 움켜쥔 듯 생김새가 비슷하니 곱살스럽다.

오묘한 자연의 섭리, 모두가 양지를 원하고 햇빛을 향해 가지 끝을 쭉 펴고 있다. 허나 관중은 음지에서 조용하게 선비처럼 지조를 지키며 꿋꿋하게 음습하고 비옥한 곳에서 자리를 지킨다.

관중을 가만 보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이 없어도 낮은 곳에서 낮은 자세로 업무에 임하는 요양보호사와 너무나 흡사하다.

노인성질환으로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신체활동이나 가사 및 일상생활활동 등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분이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손과 발이 되어 도움 서비스로 위로와 격려로 정서지원은 물론 어르신의 심리적 안정을 도와준다.

집 밖으로 나오지도 못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독거생활로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케어 해 드리면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보조해 드린다. 관중이 음지에서 숲을 지키고 있듯 요양보호사는 전문가로서 봉사와 사랑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어느 자식 못지않은 요양보호사, 관중이 음지에서 묵묵히 자라면서 숲의 음과 양의 생태계 연결고리처럼, 아픈 어르신이나 사회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의 어르신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와 관중은 서로 비슷하게 닮았다.

바람 한 모금 마셔본다. 모두가 으뜸이길 원하고 낯 내기를 좋아하는 세상이다. 많은 사람 앞에서 본인의 이름과 얼굴을 알리려 열망하고 원하는 이들이 많다. 그럼에도, 음지에서 낮은 곳에서 표시 나지 않게 임하는 자세, 관중이나 요양보호사의 사명감은 바로 선비정신이 깃들여 있기 때문이다. 재물을 탐내지 않고 의리와 원칙을 소중히 여기며 당당하고 떳떳하며 비굴하지도 않다. 꼿꼿한 정신으로 세속적 이익을 억제한 의리정신을 가진 정신, 바로 선비정신이다.

풍경 한 모금 마셔본다. 나뭇가지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을 잡아본다.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화음처럼 녹음방초 짙어진 여름에 매료되어 시간을 잡고 있었다. 하루를 모두 쏟아 부어도 모자란 시간, 숲과 향기로운 어울림으로 시간을 잡고 있던 우린 겨우 일어섰다. 빠르게 변하고 쉽게 변하는 세상, 먼발치 관중은 여전히 꿋꿋하고 당당하게 이파리를 활짝 펴 온 세상을 다 켜 안은 듯 편안하게 굽어본다. 바람이 인다. 안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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