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포족
휴포족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2.07.1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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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늘 여름 이맘때면 휴가철을 앞두고 착잡해지는 가장들이 있다. 대부분 벌이가 넉넉지 못하고 빠듯한 사람들이다.

수입은 빤한데 자녀들은 여름 휴가 기대에 부풀어있고, 그렇다고 큰맘먹고 가기엔 형편이 따라주지 않고.

특히 올해는 더욱 그렇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1년 전에 비해 국내 단체 여행비는 31.4%, 국내 항공료는 19.5%, 국제 항공료는 21.4% 올랐다.

네이버 항공권 예약 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7~8월 여름 성수기 기준 국적 항공사 기준청주~제주간 왕복 항공료는 30만원대를 웃돌고 있다. 1년전 코로나19 펜데믹 당시 10만원대 안팎이던 것에 비하면 최대 3배 이상 폭등했다.

숙박료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들어 인플레가 현실화하면서 국내 주요 관광지 숙박료는 죄다 올랐다. 숙박비 뿐만이 아니다. 기름값이 오르면서 교통비 역시 30% 이상 부담이 커졌고 음식값도 크게 치솟았다.

한 여행 전문 포털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기준 2박3일 여행비는 1년전에 비해 최소 30%에서 50%까지 오를 전망이다.

포털 관계자는 “4인 가족이 올해 국내 관광지 펜션에서 2박을 할 경우 숙박비 40만원, 교통비 30만원, 식비 30만원 등을 쓰게 돼 기본 경비만 100만원이 부담될 것”이라며 “지난해보다 폭등한 유류비, 물가 탓에 휴가비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여행 비용은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여행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항공료가 대폭 오른 탓이다.

코로나 펜데믹 시기에 왕복 80만~100만원에 불과했던 스페인 직항 왕복 항공료는 올해들어 300만원으로 4배 가까이 뛰었다. LA, 뉴욕 왕복 항공료도 100만원대에서 이젠 300만원대까지 오르면서 공항에 1인 배낭여행객들이 자취를 감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휴포족', `집콕족'이란 말도 생겨났다. 휴가를 포기한 사람들, 집에서 콕 박혀서 여름을 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휴포족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마 급여는 별로 오르지 않고 물가고에 월세와 식비 걱정을 하고 사는 대부분의 직장인이 휴포족이 될 전망이다.

직장인 최모씨(천안시 서북구·39)는 “여자친구랑 올 여름에 3박4일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는데 비용이 너무 부담돼 가을로 미뤘다”며 “여름철 성수기보다 가을철에 여행을 가면 항공료 등 최소 30만~40만원 정도 절약이 될 것같아 연기했다”고 말했다.

최씨 뿐만이 아니다. 그야말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선 현장 노동자들의 경우 피서는 사치다.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당 20만원을 받고 일을 하고 있는 이모씨(천안시 동남구·45)는 “합숙을 하며 돈을 벌어 집으로 보내주고 있는데 아이들 학원비까지 올랐다고 해 더 허리를 졸라매고 일을 하고 있다”며 “일당은 조금 올랐지만 내 형편에 관광지 피서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5인 이상 806개 기업을 대상으로 하계 휴가 관련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전체의 91.3%가 휴가를 실시한다고 답했으나 정작 휴가비를 지급한다는 곳은 50.9%에 불과했다. 지난해 52.0%보다 1.1%포인트 감소했다. 그만큼 기업들의 사정이 어렵다는 뜻이다.

휴포족이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로 유례없이 어렵기만 지금의 경제 상황. 한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세계 경제위기 상황의 끝이 어디일지 불안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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