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만한 충언은 없다
여론만한 충언은 없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2.07.1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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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지난해 3월 칼럼에서 미국의 경제학자 짐 콜린스의 이론을 인용했다. 그가 저서`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 언급한 `망해가는 기업이 거치는 5단계'였다. 그는 성공에 도취해 자만에 빠지는 1단계, 자아도취 상태에서 원칙과 숙고 없이 방만하게 사업을 불려가는 2단계, 눈앞에 닥친 위험과 위기를 부정하고 안팎의 충언을 배척하는 3단계, 실상을 깨닫고도 위기를 벗어날 묘책을 찾지못해 우왕좌왕 하는 4단계, 구조조정·대량해고·합병 등 최악의 수단에 매달리다 무너지는 5단계를 몰락하는 기업이 거치는 필수 경로라고 주장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취임후 최저인 34.1%까지 떨어진 시점이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음에도 여당의 대응은 태평했다. 콘크리트 지지층인 40대에서도 국민의힘에 역전당하는 결과가 나왔지만 이해찬 전 대표는 “여론조사의 3분의 2는 기술적 장난이다. 속아 넘어가면 안된다”며 드러난 민심을 부정했다. 여당에 결정타를 안긴 LH 사태를 놓고도 “위에선 맑아지기 시작했는데 아직 바닥에는 잘못된 관행이 남아있다”며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오진했다. 누구 때문에 막대한 재정과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며 이런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하느냐는 국민의 항변이 빗발치던 시기였다. 그런데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가장 청렴했던 공직자였다”고 찬사를 보냈다.

당시 기자는 민주당이 짐 콜린스의 몰락 3단계에 빠져 허우적대며 4단계로 넘어가는 중이라고 썼다. 오만과 자아도취의 단계를 넘어 눈앞에 펼쳐진 명백한 위기조차 외면하고 부정하며 자멸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후 민주당은 5단계까지 질주했고 콜린스가 예견한 운명을 맞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2개월 만에 30%대로 떨어졌다. 여론조사를 할 때마다 최저기록이 깨진다. 취임 직후 광우병 논란으로 민심을 잃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임기 초반 지지율이 이토록 흔들렸던 대통령이 있었나 싶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반응은 담담, 혹은 담대하다. 대통령은 “유념치 않는다”고 했고 대통령실은 “일희일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매주 실시되는 여론조사에 가벼이 흔들리지 않고 긴 호흡으로 국정을 경륜하겠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 언제라도 여론을 되돌릴 수 있다는 자신감의 피력이기도 하기에 일거에 민심을 휘어잡을 비책이 기대되기도 한다. 총선이 1년반이나 남았고 비명과 친명이 당권을 놓고 충돌하는 야당이 민심을 독점할 가능성도 크지않은 만큼 벌써부터 여론조사에 전전긍긍 할 필요가 없다는 전략적 판단도 했을 터이다.

문제는 전선의 지휘관들까지 대통령실의 분위기에 편승해 안일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편단심 고령층과 국민의힘 지지자들까지 등을 돌리는 형국이지만 여권 지도부에서 전개되는 풍경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한가하기 그지없다. 특히 대통령의 `좌청룡 우백호'로 불리는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와 장제원 의원이 `한번 형은 영원한 형, 한번 동생은 영원한 동생 '이라느니 한담을 주고받으며 희희낙락하는 모습은 기가 찰 정도다. 많은 국민은 권력자 2명의 아름다운 우정이 전혀 아름답지않은 담합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에 짐 콜린스의 몰락 5단계, 그 중에서도 눈앞에 닥친 위기를 부정하고 안팎의 충언을 배척하는 3단계를 곱씹기를 권한다. 아첨꾼이 득실대는 정치판에서 여론보다 완벽한 충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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