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묻은 사과
독 묻은 사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24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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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을 석 초등위원장 <전교조 충북지부>

어느새 방학이 다 끝나간다. 알차고 보람 있게 보내리라 다짐했지만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당초 '배움'이라는 주안점 아래 휴식보다는 연수에 비중을 둔 계획을 세우기는 했다. 언론재단에서 주관하는 'NIE와 논술'이라는 연수도 그러한 방학계획의 한 꼭지였다.

이 연수를 고른 이유가 몇 가지 있다. 평소 관심분야 중의 하나가 NIE(신문활용교육)이었던 터에, 입시교육과 관련하여 논술이 주요 교육의제가 되었고, 스스로 좀 더 나은 글을 쓰는 일에 미련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수는 7일간에 걸쳐 이뤄졌다. 대학 강의실의 자리는 불편했으나 다른 여건과 운영방식은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도 신문의 교육적 활용과 논술 교육에 대한 여러 가지 방법 및 기술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논술 교육을 하는 데 신문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논술교육의 3분야를 매체를 중심으로 나누면 교과서와 독서와 신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는 말할 나위 없이 교과서다. 그러나 신문은 참신성과 간결성, 다양성 등에서 교과서를 능가하는 매력이 있다.

함께 연수를 받는 대다수의 교사들은 교육적 활용가능성이란 점에서 신문의 매력에 흠뻑 빠져 들었다. 일부는 다가오는 2학기에 NIE를 적용해보리라 다짐했고, 일부는 다른 방식의 NIE 접근을 시도해보리라 말했다. 나 역시 그런 대다수 교사들 바깥에 서 있지 않았다. 신문의 장점과 미덕, 교육적 활용도를 체계적으로 배운 이들이니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나 연수 내내 떨쳐버리지 못했던 의문은 신문이 그대로 아이들에게 던져주어도 안전한 물건()인가 하는 점이었다. 아니 던져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이들의 주위에는 친일에 앞장섰던 신문, 자본과 사주의 노예가 되다시피 한 신문, 냉전과 대립적 의식을 주요 논조로 하는 신문이 소위 메이저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주위에 차고 넘친다.

신문은 날마다 새롭고 다양하며 유익하고 중요한 정보를 분야별로 간결하게 정리하여 보여준다. 50면 전국지의 경우 250쪽짜리 책 한 권 분량에 이르는 내용이 실린다. 훌륭한 읽을거리다. 하지만 그 신문들의 대부분은 반역사적, 반민족적, 반민중적, 반통일적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신문들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신문은 비유하자면 '독 묻은 사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육의 영양적 가치나 과즙의 오묘한 맛에도 불구하고 껍질에 독이 묻어 있다. 그 독을 어떻게 제거하고 아이들과 더불어 살을 씹고 자양분을 섭취할 것인가가 NIE의 한 과제일성 싶다.

연수를 받다 보면 좀 더 다양하고 좀 더 세분화된 연수가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와 동시에 어떤 연수들은 마땅히 다르게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도 절로 든다. 이번에 받았던 'NIE와 논술' 연수는 후자에 가깝다. 신문의 실상을 깨닫고, 비판적 종합적으로 신문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우선 배치되었어야 했기 때문이다.

연수를 돌이켜 보자니 미국 대통령 제퍼슨이 했던 극단적으로 상반된 두 가지 말이 떠오른다.

"신문 없는 정부든가 정부 없는 신문이든가 그 둘 중 어느 것을 취하겠는가 결단하라면 일순의 지체 없이 신문을 택할 것이다."

"신문에 난 것은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 진실 그 자체는 오염된 전달 수단에 실림으로써 의심스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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