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탕이 무너지고 있다
바탕이 무너지고 있다
  •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 승인 2022.07.14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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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예년보다 무더위가 일찍 시작되었다. 폭염과 열대야로 잠을 뒤척이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그저 조금 더 더울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심각한 이상 징후이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지구적으로 생기는 기후 이상 현상이다. 지난 4월 인도에서는 121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이 시작되었다. 기온이 50도까지 육박하며 밀 생산량이 50퍼센트까지 감소할 전망으로 식량위기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지난 5월에는 미국에서 폭염과 눈보라가 동시에 발생했다. 북동부 지역은 35도를 넘는 고온을 기록하고 서부 지역에서는 50센티미터에 달하는 폭설이 내려 정전피해를 입었다.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기상이변이다. 이대로 지구온난화현상이 지속된다면 인간들은 살아갈 터전을 잃게 된다. 원불교의 교조이신 소태산 대종사님은 우리가 천지에서 입은 은혜를 가장 쉽게 알고자 할진대 먼저 마땅히 천지가 없어도 이 존재를 보전하여 살 수 있을 것인가 하고 생각해 보라 하였다. 천지가 없다면, 지구가 없다면 인간은 살 수 없다. 인간이 살 수 있는 바탕이 천지이며 지구이다. 인간이 살아가야 할 바탕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요즘 필자는 뉴스의 정치·사회면을 잘 읽지 않는다. 그저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정당들의 활동과 정쟁들, 눈앞의 이익만을 탐하는 것이 확실한 원전 재추진과 같은 정부 정책들, 오직 물질을 탐하는 사람들이 벌이는 사건·사고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마음이 무거워진다.

100여년 전에 소태산 대종사님이 말씀하신 법문을 읽어본다.

대종사 봉래 정사에 계실 때에 마침 큰 장마로 초당 앞 마른 못에 물이 가득하매 사방의 개구리가 모여들어 많은 올챙이가 생기었더니, 얼마 후에 비가 개이고 날이 뜨거우매 물이 점점 줄어들어 며칠이 못 가게 되었건마는 올챙이들은 그 속에서 꼬리를 흔들며 놀고 있는지라. 대종사 보시고 말씀하시기를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로다. 일분 이분 그 생명이 줄어가고 있는 줄도 모르고 저와 같이 기운 좋게 즐기는도다. 그러나 어찌 저 올챙이들 뿐이리요. 사람도 또한 그러하나니, 수입 없이 지출만 하는 사람과 현재의 강(强)을 남용만 하는 사람들의 장래를 지혜 있는 사람이 볼 때에는 마르는 물속에 저 올챙이들과 조금도 다름 없이 보이나니라.”(대종경 제4 인도품 32장)

사람과 올챙이만이 아니라 모두의 문제가 되어버린 작금의 현실이다. 인간과 동물, 식물 그 모든 것들이 마른 웅덩이 속의 올챙이로 살아가고 있다. 다행인 것은 지혜 있는 사람들이 지금도 있다는 것이다. 지혜 있는 사람들이 외치고 있다. 조금 더 불편할지라도 환경을 살려야 한다고, 조금 더 돈이 든다고 할지라도 친환경사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조금 더 힘이 들지라도 내 손으로 지켜야 한다고.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원불교에서는 천지배은을 천지에 대한 피은·보은·배은을 알지 못하는 것과 설사 안다 할지라도 보은의 실행이 없는 것이라고 하였다. 천지 배은은 천지를 죽이는 일이다. 지구를 죽이는 일이다. 지구를 죽이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려면 실행해야 한다. 사람들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우리는 천지 보은을 실행해야 한다. 내 손으로 지구를 망쳐 놓고 지구를 죽였다는 사실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내 이익과 내 욕심을 위해 오직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올챙이가 아니라 조금 더 넓게 보아서 지구와 우주를 생각하는 지혜 있는 사람이 되자.

지혜 있는 사람의 말을 따르는 것이 지혜 있는 사람이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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