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전문가
흔들리지 않는 전문가
  • 황명구 세종사회서비스원 사무처장
  • 승인 2022.07.1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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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談
황명구 세종사회서비스원 사무처장
황명구 세종사회서비스원 사무처장

 

97년에 언론사 기자를 사직하고 종합사회복지관에 사회복지사로 입사했다. 막연하게 사회복지전문기자가 된다는 꿈을 가지고 시작한 사회복지공부가 실제 사회복지현장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게 된 것이다. 언론사를 그만둔 것에 대한 아쉬움은 부모님이 더 컸다. 시골 사시는 부모님께서는 자식이 힘있는 직장에 다니는 것이 더 좋았던 것이다. 사회복지사가 됐다고 하니까 실망의 목소리로 아무 말씀도 없으셨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현장을 누비는 전문가이다. 사회복지과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기도 하다. 변화하는 사회복지현장의 중심에 서 있는 세종시사회서비스원의 사무처장이다. 사회복지입문에서부터 지금까지 나는 전문가였다. 행복했고 행복하고 행복할 것이다.

사회복지현장에서 후배들이 종종 “사회복지사가 전문가인가요?” “왜 이렇게 소진이 되는 것인가요”“희망은 있을까요?”라고 질문한다. 화가 난다. 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서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가지지 못하는 것일까? 원인이 있을 것이다.

전국에 130만명의 사회복지사가 있다. 어느 직종보다 단일직종으로 적은 수는 아니다. 복지, 의료, 기업, 학교, 군대 등 사회복지사가 없는 곳은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전문가인가? 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답답하다. 물론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다 전문가는 아니다. 전문가의 수준이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각기 다른 기준에 의한 전문가가 많다. 보통 해당분야 전문지식을 많이 쌓은 사람들을 전문가라 부른다. 학계의 박사, 교수, 연구원 등이 속한다. 박사는 아니지만 한 분야에 오랜 시간 경력을 쌓아 숙련된 기술을 가진 사람도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소위 장인이라고 일컫는 분들이다. 또한 특정한 직업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면허를 딴 사람도 전문가이다. 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이 여기에 속한다.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분야라는 특정직업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자격증을 부여받은 사람들이다. 누가 보아도 전문가이다.

사회복지사는 전문가로 인정받을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선 전문가에 걸맞은 사회복지사 자격에 관한 법률이 존재한다. 법의 의해 일정한 학문을 익혀야만 사회복지사 2급을 받을 수 있고, 국가시험을 통과해야 1급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복지의 대상이 온전한 인간 자체라는 것이다. 사회복지의 목적은 인간의 행복이다. 특정전문가들은 인간 삶의 일부를 담당하지만 사회복지사는 인간의 삶 전체를 보고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부터 고차원적 욕구해결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인간에 대한 다양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것이다. 의술의 실수가 한 인간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듯이 사회복지사가 만나는 클라이언트 행복은 복지사의 영향력이 크다. 그만큼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은 중요하다. 그래서 보수교육 등 끊임없이 보충수업을 받는다.

그런데 사회복지사들은 흔들린다.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열악한 처우와 근무환경, 사회적인 인식과 정치적 개입 문제이다.

수십 년간 열악한 처우를 주장했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 대부분 민간위탁의 사회복지기관은 고용이 늘 불안하다. 정치적 환경변화는 시설장을 비롯한 예산을 볼모로 근무환경을 좌지우지한다. 가뜩이나 전문성을 붙잡고 오직 인간의 행복만을 기준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현장에서 몸바쳐 일하지만 주변환경이 가만두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복지사의 가족과 클라이언트는 감사와 사랑과 지지를 보낸다. 그 옛날 나의 사회복지사 길을 달가워하지 않으셨던 아버지께서도 이제는 아주 자랑스러워하신다. 지금은 변화의 시기이다. 사회복지현장은 불안해하고 있다. 어떤 요소가 사회복지현장과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을 훼손하게 될지. 사회복지사는 바란다.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이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온전히 인정받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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