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냉·런치플레이션·편도족
집냉·런치플레이션·편도족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2.07.11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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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집냉'을 아시나요.

최근 새로 생긴 음식 관련 신조어인데 집에서 먹는 냉면을 뜻한다.

냉면은 흔히들 얼마전까지 비벼 먹는 `비냉(비빔냉면)'과 육수에 말아먹는 `물냉(물냉면)'으로 구분됐다. 하지만 수년전부터 냉면값이 급등하면서 `집냉'이란 말이 등장하고 반댓말로 `식냉(식당에서 먹는 냉면)'이란 말도 생겼다.

서울 도심의 유명 식당 냉면값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제히 올랐다. 지난해 물냉면값이 1만4000원이던 P식당은 1만5000원으로, 1만5000원을 받던 B식당은 1만6000원으로 인상했다. 냉면 두 그릇 값이 삼겹살 2인분 값보다 비싸진 것이다. 곱배기 양을 원하는 사람들은 냉면 한끼 식사에 2만4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들 유명 식당에선 추가로 면만 제공하는 `사리'값을 8000원씩 받기 때문이다.

이러니 일반 서민, 중산층은 `집냉'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냉면 한 그릇을 먹으려면 최저임금 기준으로 2시간 노동을 해야하는 형편이니.

집냉값은 `식냉'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국내 봉지냉면 시장을 90% 점유하고 있는 농심의 둥지냉면은 대형마트에서 4개들이 1묶음 값이 5100원. 1봉지 당 1200원꼴이면 집에서 냉면을 맛볼 수 있다. 이보다 조금 더 고급스러운 냉장 냉면도 1인분에 3000여원 안팎으로 먹을 수 있다. 풀무원이나 CJ제일제당의 HMR 냉면의 경우 2인분에 6000~7000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밀키트 형태로 고급 HMR시장을 노린 집냉면도 요즘 속속 등장하고 있다. Y사, G사 등이 최근 선보인 가정 간편식 평양냉면의 경우 실제 서울 유명 맛집들에서 맛볼 수 있는 진하고 슴슴한 고유의 육수를 재현해 판매 중인데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다만 값이 1인분에 8000원 선으로 `집냉' 치곤 비싼게 흠. 그럼에도 마니아들 사이에선 식당에서 1만6000원을 주고 사서 먹는 것에 비해 반값에 불과하다는 평을 받으며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가 부자와 서민을 나누는 방법 중 하나로 집냉과 식냉을 꼽았다. 집냉을 먹으면 서민, 식냉을 먹으면 부자라는 것이다.

집냉 말고도 음식 관련 신조어가 또 한가지 더 등장했다.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이다. 점심을 뜻하는 런치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인데 직장인들의 점심값 부담을 빗댄 말이다.

실제 수도권, 지방할 것 없이 직장 주변의 식당 물가는 크게 올랐다. 인건비에 재료비까지 죄다 오르다보니 당연한 결과다. 수년전만해도 2만원으로 3명이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많았으나 이젠 웬만한 식당에서 찌개 백반 한 그릇을 먹으려면 1인분에 1만원을 훌쩍 넘는다.

이렇다보니 갑자기 호황을 맞게 된 곳이 있다. 도심 회사 주변의 편의점이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지난 1~7일 도시락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 증가했다고 밝혔다. 식당 밥값 상승으로 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덕분에 또다른 신조어인 `편도족'이라는 말도 생겼다.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을 뜻한다.

집냉과 런치플레이션, 편도족.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신조어가 죄다 우리 시대 현재 빈곤의 자화상 같아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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