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그만 졸업합니다
육아는 그만 졸업합니다
  • 민은숙 청주 생명 초중학교 사서교사
  • 승인 2022.07.1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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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민은숙 청주 생명 초중학교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생명 초중학교 사서교사

 

`가키야 미우'라는 일본 작가가 있다. 작가의 책으로는 `70세 사망법안, 가결',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 `노후 자금이 없습니다', `서른 두 살 여자, 혼자 살만합니다', `40세 미혼 출산', `후회병동',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 등이 있다. 작가 이름을 검색해 보니 도서관에 없어서 안 읽어 본 책이 있기에 근처 도서관에서 상호대차를 신청했다.

그렇게 `정년 아저씨 개조계획'을 읽었고 `육아는 그만 졸업합니다'를 덮고 서점 사이트를 검색해 본다. `남편의 묘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라니. 뭔가 으스스하다. `여자들의 피난소'라. 이 책은 안 읽었다. 아직 안 읽은 책이 있다니 신난다.

이 작가의 책을 추천해주면 다들 처음에는 `음?' 하는 표정이다. 제목이 예사롭지 않아서인지 읽어보라고 영업을 해도 `어휴, 뭔가 무서운데요?' 하며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면 픽 웃으면서 그게 뭐냐고 핀잔을 준다.

제목만 보면 이게 뭔가 싶은 작가다. 작가의 고도의 노림수인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아니면 제목에 속아서 가벼운 연애물이겠거니, `리틀 포레스트'랑 비슷한 느낌의 책 아닐까 하며 별생각 없이 읽기 시작하는 것 같다.

내가 아마 여자라서 이 작가의 소설을 통한 문제 제기가 더 와 닿아서 공감할지도 모르겠다.

이 작가는 여러 사회 문제, 노령화, 결혼, 취업, 가족 문제를 정말 무섭게 잘 다룬 작가다. `며느라기(수신지, 귤프레스)'를 보는 내내 가슴 부여잡고 외치고 싶은 말이 많았던 분이라면 `정년 아저씨 개조 계획'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 드리고 싶지만 이 책은 부부싸움을 부를 염려가 있다. 그래서 이번엔 `육아는 그만 졸업합니다'쪽을 소개하고자 한다.

`육아는 그만 졸업합니다'는 대학 동기인 준코, 아케미, 유카리 셋의 삶 이야기다.

준코는 같은 동기인 남편과 결혼해 아이를 둘 두었다. 자기는 재수를 통해 들어온 대학에 남편은 반쯤 낙하산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알고 자기처럼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시아버지가 몰래 권유하는 대로 큰아들을 명문 사립고교에 입학시켜서 대학을 보내려고 한다. 결혼 안 한 시누이 둘, 시어머니는 수시로 집을 드나들고 남편도 툭하면 시댁의 편을 든다.

아케미는 주부로 살고 있는 자신의 처지가 만족스럽지 않다. 그래서 딸은 전문직으로 자기주도적 인생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약사, 교사 등 여러 직업을 생각해 보며 이런저런 직업을 갖길 권유한다. 그러나 딸은 영어를 공부하고 싶다며 태평한 소리를 늘어놓는다. 아케미는 그러한 딸이 못마땅하고 미덥지 못하다.

유카리는 프랑스인 남편과 결혼해 혼혈인 딸을 두었다.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한 탓에 부유한 친정과의 연이 끊어지며 생활고에 시달린다. 멋져 보이던 남편은 생활력 없고 무책임해 보인다. 다행히 혼혈인 딸은 예쁜 외모 덕에 아역 스타가 되었고, 가정형편은 점점 나아져 딸의 돈으로 집을 지었다.

그러나 유카리는 배우라는 직업은 젊음과 미모가 사라지면 힘들어지니 딸이 지금이라도 제대로 공부해 건실한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설 속에 여러 젠더 문제와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평범히 녹아낸 점이 대단한 작가다. 아쉽게도 여자 입장에서 책을 읽을 수밖에는 없기에 남성 독자들의 반응이 너무 궁금한 책이기도 하다.

정말로 현실적인 현대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다룬 논문을 읽는 기분이기도 하다. 숫자로, 통계로 보이는 것보다 이 소설 하나가 `현실을 이런 거야!' 하고 멱살 잡고 보여주는 기분이다. 제목에 속지 말고 한 번 읽어봐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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