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이 아닌 변화의 마음
변덕이 아닌 변화의 마음
  • 심억수 시인
  • 승인 2022.07.1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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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엿보기
심억수 시인
심억수 시인

 

바다를 향해 길을 나섰다. 모처럼의 나들이에 마음이 분주하다. 여름 하늘에 펼쳐진 구름이 아름답다. 와! 저 하늘 좀 봐. 감탄도 잠시 먹구름이 몰려와 소나기 한바탕 퍼붓고 간다. 소나기 지나간 하늘이 몽실몽실 깨끗하다. 변덕스러운 여름 날씨에 바다를 향해 가던 마음이 변덕을 부린다.

며칠 전 TV에서 방영된 유구 수국 축제 행사장이 생각났다. 마음은 변하여 바다가 아닌 수국 축제장을 향해 갔다.

유구 색동 수국 정원은 2018년 주민참여 지역개발사업에 공모하여 선정되었다. 유구천 수변 공간 4만 3천여 제곱미터에 약 22종의 수국 16,000본을 심어 놓았다. 능수벚나무가 늘어진 둔치에 수국이 작약과 수선화와 어우러져 저마다의 색깔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수국은 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초록이 살짝 비치는 흰색이었다가 토양의 산도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산성 토양에서는 푸른색의 꽃이 된다. 알칼리성 토양에서는 붉은색의 꽃을 피운다. 중성에서는 흰색의 꽃이 된다고 한다. 수국의 꽃말은 꽃의 색깔에 따라 흰색은 `변덕', 푸른색은 `냉정', 보라색은 `진심'이다. 수국 정원 곳곳에 설치해 놓은 다양한 포토존에서 인생 샷을 남기며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는 수국의 꽃말처럼 진심과 변덕으로 세상을 산다. 살면서 마음의 조화에 따라 어떨 땐 진심이 아니면서도 변덕스럽게 고집을 피울 때가 있다. 진심은 본마음이다. 변덕스러움은 움직이는 마음이 있다. 본마음을 지키고 살면 타인으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그러나 세상은 본마음으로 살기에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성직자를 제외한 대부분 사람은 본마음보다는 움직이는 마음에 따라 사는 것 같다.

인생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삶의 가치에 따라 다르다. 나의 인생은 나를 중심에 두고 모든 것을 가지려 한 집착과 욕심으로 살고 있다. 그 어떤 것에도 만족 않고 변덕스레 흔들리며 산다. 진심의 본마음을 잡지 못하고 움직이고 있다.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사소한 일로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도 하고 나의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때로는 나쁜 감정을 달래지 못해 다른 사람의 흉을 보고 비난했다. 다른 사람과 이간질해 나의 욕심을 채우려고 한때도 있었다. 서걱서걱 바람에 흔들리는 수국의 부딪침을 본다. 내 마음만 잘 달랜다고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내 마음을 달래듯 다른 사람도 자신의 마음을 달래야 조화를 이룬다.

유구 색동 수국 정원에 가득한 수국은 잎과 꽃의 색이 다른데도 자연스레 조화를 이루어 아름답다. 보라색 수국 꽃의 신비로운 모습을 마음에 담아 본다. 그동안 헐렁했던 마음을 다잡고 매사 진심의 마음으로 대해야겠다. 냉정하고 교만한 파랑색 수국 꽃을 본다. 교만함을 떨치고 냉철하게 나를 가꾸어야겠다. 진실한 꿈의 꽃말을 가진 핑크색 수국 꽃의 의미를 가슴에 새겨본다. 진실한 꿈을 향해 어떠한 마음으로 살았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잠시 나를 돌아보았다.

멈추어야 보인다고 했다. 숨차게 달려온 칠십 년 삶. 유구천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니 일상의 잡다한 생각이 씻겨간다.

수국의 꽃과 잎에서 발산되는 싱그러운 냄새에 마음이 절로 힐링된다. 수국의 꽃말은 변덕과 진심이다. 그러나 흙의 성질에 따라 자신의 색깔을 바꾸어 환경에 적응하는 수국의 신비함이 변덕이 아닌 변화의 지혜라 생각한다. 남은 인생 변덕의 마음이 아닌 변화된 진심의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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