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백 밝히는 게 우선이다
결백 밝히는 게 우선이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2.07.1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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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지금 여·야의 젊은 리더쉽이 나란히 좌초 위기에 빠져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윤리위의 중징계로 당원권이 정지되는 치명상을 입었고, 민주당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당대표 출마가 좌절되며 당내 입지를 잃었다. 공교롭게도 대선과 지선이 끝난 일종의 휴지기에 두 사람이 같은 운명을 맞는 모양새다. 그래서 구구한 추정과 분석이 나돈다.

두 사람을 둘러싼 논쟁은 크게 `토사구팽'과 `자업자득', 두 방향으로 갈린다. 한 쪽에서는 아쉬울 때 불러다 부려먹고 효용가치가 떨어지니 내쳤다며 정당에 화살을 돌린다. 다른 쪽에서는 인과관계를 따졌을 때 본인이 자초한 책임도 크다는 반론을 편다.

이 대표는 성접대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줄곧 결백을 주장해 왔다. 당내에서도 경찰의 수사결과를 기다렸다가 징계 절차를 밟자는 신중론이 적잖았다. 징계가 이뤄지면 `이대남'의 이탈 등 실이 더 클 것이라는 현실론도 대두됐다. 그러나 윤리위는 강행됐고 대표 직이 박탈되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당이 평의원도 아닌 대표가 받는 비위 의혹에 대해 상대 정당보다 더 격한 비판을 쏟아내며 몰아붙인 점도 이례적이다. 자당 의원의 과실을 심판하기 위해 이토록 신속하고 엄중하게 윤리위를 가동한 전례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전 의원들의 징계도 보류해온 윤리위가 아니던가.

이 대표가 징계로 가는 결정적 빌미를 제공한 당사자라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의심을 사는 혐의도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일말의 선처도 받을 수 없는 성 접대다. 그가 실제로 성 향응을 받았는지 여부는 속단할 수 없지만 측근인 김철근 정무실장의 아리송한 행보는 석연찮다. 사실무근의 주장을 펴는 무고범을 제발로 찾아 간 것도, 7억원짜리 투자 각서를 써준 것도 일반의 상식과 동떨어진다. 윤리위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강조하며 징계 근거로 삼았다.

이 대표는 즉각 불복을 선언하며 “당대표 권한으로 징계 처분을 보류하고 가처분·재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으로 지지자들에게 입당을 호소하며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징계는 의결 즉시 효력이 발생해 당대표 권한이 정지된다”며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맡는다”고 반박했다. 당내 분란이 불가피해진 형국이다.

`윤핵관' 등 정권의 주류와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그의 선택은 옳은 걸까? 얼마전 도망치듯 비서실장이 곁을 떠났을 때 이 대표의 실질적진 당내 위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에 대한 징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지만 그를 받쳐줄 세력으로 보기에는 미미하다. 그의 저항이 승산없어 보인다는 얘기다. 당을 분란으로 몰아넣은 한 쪽 당사자로 지목받는 이상의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설령 내전의 승자가 된다 해도 혐의를 완벽하게 소명하지 못하면 온전한 정치인 대접을 받을 수 없다.

이 대표는 명분도 실리도 없는 싸움에 에너지를 낭비하기 보다는 결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경찰 수사를 무혐의로 종식시키든지 최소한 법정에서 무죄를 받는 것이다.

지금 자신이 주장하는 윤리위 징계의 부당성을 입증할 방법은 그것 밖에 없다. 여전히 신뢰를 거두지않고 있는 지지자들에 대한 도리이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윤리위 징계를 둘러싼 당의 내분과 전망 등에 언론의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제는 이 대표가 받는 혐의의 사실관계가 이슈로 조명받게 될 것이다. 진짜 결백하다면 당이 아니라 진실을 가리는 사법의 마당에서 싸우라. 정면으로 승부하고 깨끗이 결단하는 청년 정치인의 기개를 그에게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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