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 : 미션 파서블
탑건 : 미션 파서블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2.07.06 1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2월, 설레는 마음으로 극장에 갔다. 길을 마주한 두 극장에 하나는 탑건(Top Gun), 하나는 로보캅(RoboCob)의 간판이 크게 걸려 있었다. 두 영화 모두 개봉 석 달째, 고교평준화 속에서도 고입 시험과 반 편성 시험까지 준비하던 나는 졸업식을 하고서야 극장에 갈 수 있었다. 두 영화 모두 인기였지만 탑건의 매표 줄이 더 길었다. 독특한 걸 택하기 즐기던 나의 선택은 로보캅. 영화 간판이 내려질 때까지 탑건을 보지 않았다. 남들 다 본 영화에 뒷북치는 기분 때문이었을까? 후속작이 나오면 맨 처음 보리라 마음먹던 소녀는 그렇게 중년이 되었다. 탑건의 뒷이야기는 35년이 흘러서야 다시 극장에 올려졌다.

올드 `탑건'을 미리 보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 후 드디어 `탑건: 매버릭'을 아이맥스로 관람했다. 영화 시작부에 우수 조종사인 탑건에 대한 설명과 함께 울리는 종소리, 이제는 레토릭이 되어 버린 항공모함에서의 전투기 이륙 장면, 전편에서 사용한 낯익은 음악 그리고 톰 크루즈, 마음속 버튼 하나가 꾹 눌려지는 기분이었다. 켜진 버튼 덕분에 마음은 소녀가 되어 어릴 적 설레던 그 시절로 훅 돌아가 있었다.

탑건의 후속 이야기는 새로운 젊은 탑건들의 성장에 관한 것이었다. 영화 속 젊은 탑건들은 선발된 군인들답게 용기 있고, 건강하며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도전 정신을 가졌다. 무모하리만큼 말이다. 35년 전 앳된 톰 크루즈, 콜네임 매버릭처럼 영화 속 젊은 탑건들이 그랬다. 이제는 노련한 조종사이며 교관이 된 독불장군 `매버릭'은 자신의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마하 10을 뚫는 묘기에 가까운 비행을 선보이는가 하면 급강하와 급상승을 이어가며 분지형의 적진의 미사일 기지를 파괴하고 귀환하는 것을 시범 보인다. 그의 시범으로 젊은 탑건들은 불가능해 보이던 미션을 실현해내며 상위 1%의 우수한 조종사 `탑건'으로 성장하게 된다.

누군가의 시범을 보는 것은 내 행동을 촉발한다는 면에서 중요하다. 자신과 비슷한 조건을 가진 한 인간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게 되면 그 선례를 근거 삼아 노력을 경주하게 된다. 아무도 엄두를 못 내는 도전이 주어졌을 때 딱 한 사람이라도 성공하게 되면 줄줄이 성공하게 되는 것을 삶 속에서 종종 목격하게 된다. 높은 뜀틀 앞에서 주저하고 있을 때 반 친구 하나가 훌쩍 뜀틀 뛰어넘는 것을 보면 너도나도 힘을 내어 뛰게 된다거나, 누군가 징검다리 건너는 것을 보면 나도 건널 수 있겠구나 하고 건널 수 있게 되는 것 등등 생활 속에서 시범, 관찰, 모방은 한 세트처럼 따라다닌다.

선생은 그림자로 가르친다는 말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닥에 비친 그림자는 누구도 바꿀 수 없다. 그림자를 바꾸려면 그림자의 원천인 사람을 바꿔야 한다. 매버릭이 그랬듯이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행동은 말보다 강하고 말이 힘을 얻는 것은 행동으로 드러날 때다.

방학, 그림자의 주인인 나를 고치고 정선하는 귀한 시간이 시작되었다. 방학의 여가 속에서 필요한 공부를 넘어 깨달음의 공부로 나아가 보자. 매버릭이 그랬듯 선생의 시범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은가? 아, 물론 시범, 관찰, 모방이 반드시 똑같은 행동 따라하기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도 있으니까. 하지만 선생의 꿈은 진면교사(眞面敎師). 이 방학, 진면교사의 노력 그 자체로 선생의 삶은 귀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